무과실 산부인과 분만사고 보상재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재원을 100% 정부가 부담하되, 환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이나 보상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금액 내에서 보상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을 23일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관련 의료사고, 즉 분만 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 산모 또는 신생아의 사망 등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이 보상재원 중 일부를 부담하게 했다.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해 최대 3000만원을 보상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통해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만의료기관의 분만 포기 현상과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 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더욱이 분만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산부인과의 의사 지원 기피 현상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직전 연도에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의 개설자’에 한해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인에게 과한 부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또한 민법상 과실책임원칙에 반하고 의료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분만을 중단한 산부인과의원은 지난해 1097개로, 2016년 1061개보다 36개가 늘었다.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율은 지난해 88.7%로 전체 평균(92.4%)보다 3.7%P 낮았으며 중도포기율도 3.5%로 기초과목 제외 소아청소년과(3.6%) 다음으로 높았다.

이에 국회가 팔을 걷고 나섰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재원을 100% 정부가 부담하되, 환자 등이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 배상 또는 보상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금액의 범위 안에서 보상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재원은 적립목표액 31억원에 대해 국가와 의료기관이 7:3 비율로 분담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기관 분담금(30%) 약 9억3000만원 중 8억8000만원을 징수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총 25.1억원을 집행해 6.75억원이 남아 있다.

신 의원은 “최근 고위험 산모 증가에 따라 의료사고 위험이 큰 상황에서 의료기관과 산부인과 전공의 감소는 안정적인 분만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 정책에 역행”이라며 “이는 산모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올 우려가 있다.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임신·출산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분만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임신·출산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중증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이 위축되지 않고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어 국민건강증진 및 의료의 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국가출연금 70% 부담을 100%로 확대하면 기피과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산도 9억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100% 국가가 부담하는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국가책임보상제)실행 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으며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분만사고뿐만 아니라 산부인과가 처한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