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불신이 만연한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 올바른 여론조사 정립 방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

- 선거 여론조사기관의 절반 이상이 분석 전문가가 한 명뿐인 영세 업체로 나타나
- 선거 한철 장사를 노리는 식의 여론조사가 난립해 여론조사의 품질을 저하

비용이 적게 들고 편하다는 이점과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정당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론조사 공천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점차 개선해 나가며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등록된 여론조사는 총 60건으로. 하루에 두 건 정도 공표된 셈인데 이 중 90% 이상이 정치(대선 후보, 정당 지지율 등) 관련 여론조사였다. 문제는 조사의 정확성인데 여론조사마다 결과가 들쑥날쑥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여야 주자들의 지지율 순위도 조사업체마다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악용하는 기성 언론과 정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감시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기관
9월 기준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기관 79곳 중 45개(57.0%) 업체가 조사분석 전문 인력을 단 한 명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 인력을 빼고 상근 직원이 3명 이하인 곳도 43개(54.4%)나 되었다.

정치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 여론조사기관의 절반 이상이 분석 전문가가 한 명뿐인 영세 업체로 나타났다. 전문성 부족은 결국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때마다 '전가의 보도냐'라는 문제 제기가 있지만 대체재 역시 마땅치가 않다. 지금으로선 그나마 여론조사 결과라도 들이밀어야 겨우 승복하는 게 정치판 상황이다"(국회의원)

◆ 낮은 진입장벽이 문제의 핵심 원인
영세 업체 난립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4년간 분석 전문가 한 명만 보유한 선거 여론조사기관 9곳이 고발 및 수사의뢰 조치를 당했다. 또한 한 여론조사업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특정 응답 유도, 응답 내용과 다르게 입력, 피조사자 연령 허위 입력 등의 위반행위가 적발돼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바도 있다.


즉 업계의 낮은 진입장벽이 문제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등록 기준>

전문인력1명 이상
상근직원전문인력 포함 3명 이상
조사실적

10회 이상

(설립 1년 미만은 3번)

연간매출5,000만 원 이상


“비과학적인 조사가 범람하면서 공신력을 갖춘 여론조사 결과도 불신을 받는 사례가 자주 생기고 있다. 미국과 같이 자동응답방식(ARS) 조사는 법으로 규제하고 언론도 인용하지 말아야 한다. 여론조사는 정책 결정과 투표에 절대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선관위가 조사 기관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등록 요건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 선거철 한철 장사를 노리는 여론조사
내년 양대 선거와 관련하여 공표된 여론조사는 총 774개로 선거철 한철 장사를 노리는 식의 여론조사가 난립하며 여론조사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일관성과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자기 의견을 형성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 난립하는 여론조사로 인해 여론을 반영해야 할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조사 기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엄정한 처분이 필요하다”(이명수 국민의힘 의원)

◆ 외국과 비교하면 부실한 여론조사 방법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조사 기관은 표본 할당에 있어 연령·성·지역별뿐 아니라 인종·종교·소득·학력별을 포함해 20여 가지 이상을 비롯하여 투표 이력까지도 반드시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행 대한민국의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는 표본수,성병·연령대별·지역별 가중값 배율 등에 대해서 제시는 하고 있으나 실제로 여론조사 대부분이 20대, 30대 응답자 수를 미달하고 있어, 특정 집단의 여론이 실제보다 뻥튀기되듯 과다대표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집 전화 여론조사는 젊은층의 응답률이 떨어지는 반면 휴대전화 안심번호는 노년층의 답변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여론조사 전문가)


◆ 여론조사의 위험성
여론조사 기관이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정당은 물론 유권자들도 여론조사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우세 후보에게 편승하는 밴드왜건 효과와, 반대로 열세 후보를 지지하는 언더도그효과 등은 익히 잘 알려진 영향력의 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 구도를 판가름하는 무당층·중도층 유권자들의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곧, 여론조사는 여론을 나타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역할까지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중간지대가 필요한 민주주의
민주주의에서는 때로는 건전한 중간지대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충분한 정보를 갖지 않은 상황에서 확고부동한 의견을 지닐 수는 없는데,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다음날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바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일반 대중은 충분하게 해당 사안을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찬반 결과가 벌써 나와버려 더 이상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찬성과 반대 2가지의 선택지만 제시될 경우 억지로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실제보다 과도하게 의미 부여되고 전체 국민의 흔들림 없는 여론인 양 외부로 전해지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정당이 여론조사로 공직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 ARS나 전화면접 등 방식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하고, 문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유권자 의사를 집약하는 신뢰성 있는 수단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공천에 참여하는 행위자를 (단순히 전화를 받아서 번호를 누르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만들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 여론조사의 신빙성과 결과의 신뢰도를 높여야
가장 시급한 일은 여론조사의 신빙성과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 일 것이다. 가장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응답률 고지와 제한일 것이다. 여론조사의 여러 항목 중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항목의 하나인 응답률은 조사대상의 직접적인 응대성을 비율로 측정한 수치이다.

물론 응답률을 조사 결과 공표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응답률이 보다 신뢰할 수 있을만한 수치라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률 기준을 몇 퍼센트로 할 것인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조사대상 중 20% 내외가 응답하는 수준'의 여론조사가 그 신뢰성을 담보하는데 용이할 것이다.


◆ 여론조사 결과 방법에 대한 전면적 전환
여론조사 결과를 악용하는 기성 언론과 정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감시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도 필요하다. 여론조사는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 현안에 대한 하나의 흐름일 뿐 인기투표나 호불호 조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여론조사 대부분은 호불호 조사나 인기투표와 같은 형식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왜곡 혹은 여론선동의 가능성마저 있다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이런한 의구심과 쟁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사항목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일정 비율 이상의 응답률 달성 의무 등이 필수적일 것이다.

◆ 국민들이 먼저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선거 공간은 거대한 정책 마켓이라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준비한 공약을 후보들이 풀어놓게 된다. 그러나 지금 선거 여론조사는 후보들 지지율에만 매몰돼 있어, 누가 1위인지, 2위 인지에만 집중하고 있어 국민적 삶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은 뒷전입니다. 이는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미디어의 책임도 큰 상황이다.

지금처럼 스포츠 경기인 양 순위 경쟁을 확인하는 데만 쓰는 것은 여론조사를 오용하는 것입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지금 국민을 괴롭히는 일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살필 수 있는 등의 긍정적인 방안으로 여론조사가 활용될 수도 있다.

“정책선거에 관심 있는 분류는 학자와 일부 언론, 시민단체(매니페스토) 정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권자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후보 공약을 비교해 보면 정책 차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일반 유권자는 별 관심이 없다. 자극적인 기사나 네거티브, 스캔들에 관심을 둘 뿐이지 정책을 두고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 여론조사의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선거인단
지지자나 무당파 등 여론조사 범위나 온·오프라인 등 조사의 방법은 정당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일종의 예비선거 같은 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해서 온라인 투표를 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선관위 주관하에 예비선거 등을 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는 참여를 통해 조금 더 고민을 요구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선관위에 등록을 하고 어떤 예비후보가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투표하는 방식이 단순히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방법도 여론조사 경선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경선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온라인' '디지털'이라는 네이밍으로 좀 더 진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대표성이나 조작 가능성, 역선택, 정당활동의 약화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한 디지털 격차의 문제점도 심각할 수 있다. 나이뿐 아니라 디지털 접근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에 따라 또 다른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이탈리아 오성 운동 등 유럽 정당을 보면 최신 ICT 기술을 잘 활용한다. 선거나 투표, 후보자 경선뿐 아니라 각종 정당 행사에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사용한다. 디지털 기술을 후보자 경선에서만 사용할 게 아니라 평상시 오픈해 놓고 '당원들 모여라' 하면 저렴하게 만날 기회를 만들 수 있는데, 아직 우리는 그러한 장을 열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의 뛰어난 IT 인프라 속에서 활용을 잘한다면 비용 절감 및 올바른 선거 여론조사 문화 형성에도 큰 도움이 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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