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의료민영화의 서막? 논란의 '공사보험연계법' 문제점 짚어보기

- 의료계에서는 '사보험 키우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
- 보험사의 실질적인 손해율을 확인할 수 있는 '실손보험 관련 영업이익 등 전체 수입액과 지출액'은 누락돼 있어

최근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연계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취지의 '공사보험연계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그러나 좋은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사보험 키우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사보험연계법이 현실화 될 경우 공중보건에 어떤 파장이 있을까?

의협은 '개정안은 단순히 국민의료비와 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미명하에 비급여의 통제와 이를 통한 민간보험사의 사익 보장만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당연지정제, 강제가입, 공적기구를 통해 운영하는 건강보험과 사적영역의 보험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공사보험연계법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붕괴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우려가 크다며 법 개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공사보험연계법의 입법 목적
개정안은 고령화 및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에 따라 국민의료비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다수의 국민이 가입한 민간 실손의료보험(2020년 신용정보원 가입자 통계 기준 3,900만 명 가입)과 전 국민이 가입한 국민건강보험의 상호 영향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라고 복지부·금융위 양 기관은 설명했다.


◆ 공사보험연계법 기대 효과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통해 추진한 건강보험과 손의료보험의 연계 관리를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양 부처의 협의·조정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양 부처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
- 비급여 관리 강화
- 보험료율의 적정화 등 제도 개선 추진
- 궁극적으로 국민 의료비 적정화에 기여


◆ 좋은 입법 취지,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
공사보험연계법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실손보험사의 반사이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되었지만,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본래 의도했던 내용들은 사라지고 보험사에 건강보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이 중심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사보험연계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 등 편의 증진에 관한 사항' 및 '건강보험 비급여 의료비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비급여를 악으로 규정하고 의료계를 몰아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손해가 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급여를 줄이고 싶어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비급여를 줄여서 국민들에게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고 칭송받고 싶어 하는데, 민간 보험사들을 정부가 조율해서 국민들 사보험료 부담을 감소시켰다는 명분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민간 보험사들과 결탁해 환자들의 개인의료 정보와 자료 제출 등을 연계하고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대한의사협회)

◆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수도
또한 의료기관 실태조사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기준 및 금액 등 현황의 조사·분석 및 공개' 및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사보험의 연계와는 무관한 사항까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의 요청 범위에 보험사의 실질적인 손해율을 확인할 수 있는 '실손보험 관련 영업이익 등 전체 수입액과 지출액'은 누락돼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손보사 측에선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의료비용에 대한 간섭을 시작으로 그 범위는 비급여를 넘어 급여 항목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의료정책을 마련하는데 손보사, 즉 대기업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의료민영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을 경감하려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를 비롯한 보험사에 공적보험 데이터를 제공해 실손보험의 이익률을 높이고 상품 설계에 도움이 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의료민영화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의료계 관계자)

◆ 보건복지부의 애매한 태도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실손보험 문제와 관련해서 금융위원회에 끌려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어떻게 보면 민간보험사의 보험사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많이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문제만 봐도 사보험 회사를 대변해 주는 느낌도 든다. 복지부에서 이번 공사보험연계를 통해 사보험 정보를 전해 받고, 사보험(실손보험) 보험료율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은데, 금융위와 복지부가 공사보험연계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서로 동격의 존재로 자리하고 금융위에도 건강보험 정보가 공유되게 하는 모양새이다”(의료계 관계자)

◆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
시민단체들도 이번 공사연계법에 대해 우려를 전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사의료보험 연계법 관련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는 의료계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 참석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건강 정보는 아주 정제되어 있는 고급 정보다. 검사, 비용, 시술까지 정제된 정보로 저장되어 있는데, 이에 반해 사보험 회사들이 갖고 있는 보험 가입자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다. 만약 어떤 식으로든 공보험인 건강보험정보와 사보험 정보가 위원회를 통해 복지부·금융위에서 서로 공유된다면, 이것은 복지부와 건강보험이 100% 손해일 것이다”(시민단체)



◆ 구체적인 문제점 짚어보기
- 개별 의료기관에도 자료 제출 의무 부과
개정안은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운영 현황' 등에 관한 기관을 나열하였는데, 이는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이외에도 개별 의료기관에까지 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보험 정보는 이미 청구 단계에서 심평원으로 다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이를 개별 의료기관까지도 포함하게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보험사의 악용 소지가 다분
정부는 공사보험연계법을 통해 수집된 자료가 정책협의 목적으로만 수집·활용될 예정임을 강조하며 민감 정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 정보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익명 정보'만을 가지고도 악용 소지 등 우려의 점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짚고 있다.

즉, 민감한 개인 정보인 의료 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소지가 있고, 민간보험사가 실손보험료 조정 등 업무 외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익명 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의료 빅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면 결국엔 새로운 보험상품 설계에 이용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익명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해 '60대 이상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크게 높다'라는 정보를 얻었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사는 60대 이상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관련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더 높은 보험 가입료를 내도록 하는 근거로 의료 정보를 활용할 것이다. 결국엔 의료 정보를 활용해 보험사에 최대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할 것이다”(대한의사협회)

-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큰 연계
또한 연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있을 경우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더해 각각의 요양기관에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공단이나 심평원에 요구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개별 의료 기관에 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부여하는 것으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해당 개정안의 취지는 본래 국민의료비의 절감이었다. 하지만 세부규정을 마련하면서 오히려 민간보험사의 이익만 높이는 방법으로 가고 있다. 당초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면, 부작용의 우려가 큰 연계는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대한의사협회)


- 민간보험사의 정보는 알 수 없어
공사보험연계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민감 개인 정보인 공보험 자료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포함했지만, 막상 '실손의료보험료 조정에 관한 사항'과 실질적인 손해율을 확인할 수 있는'실손보험 관련 영업이익 등 전체 수입액과 지출액' 등은 심의 대상에서 배제하여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공공영역에서 확인할 수조차 없게 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 의료민영화를 유도하는?
정부가 민간보험 데이터를 확인도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보험사의 영업이익을 위하여 비급여 진료비 관리 정책을 강행, 의료기관을 통제하여 동네병원은 죽이고 상업화된 기업형 저수가 병원을 활성화해 의료민영화를 유도하는 형국인 것이다. 이는 국민 건강권은 물론 국민의 건강 정보라는 소중하고 민감한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와는 상반되는 일이다.


- 무리한 비급여의 급여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는 368배를 넘었다. 제도 도입 당시 모델이었던 일본과 대만의 보험료 상하한 격차가 각각 24배, 12.4배에 그치는 데 반해 엄청난 차이로 과중한 보험료 부담을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상급 종합병원의 식대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4,950원임에도 수가 현실화에 나서지 않고 되레 비급여의 급여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의료계는 하소연하고 있다.

일본, 대만, 독일 등 의료 선진국은 보험료율의 인상이 거의 없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매년 인상을 하여 동네 개원가 경영은 악화되고 국민들은 보험료를 과중하게 부담해 국민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는 실정이다.

- 의료기관에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는 조건 하에 건강보험연구원에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을 내용을 연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내용 중에는 일선 의료기관이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알려져 의료계의 어깨를 한층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마련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해당 내용이 들어간다면 국가기관이 개인적으로 운영되는 사적기관에 자료제출 의무를 부여하면서, 아무런 인센티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행정적으로 의료기관에 부담만 지우는 꼴이다”(의료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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