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얼음위성, 생명체 생존의 필요한 ‘6대 원소’ 모두 갖춰

- 엔셀라두스서 마지막 남았던 원소 ‘인’ 확인
-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높여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도 생명체가 존재했었거나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10여 곳을 추정하고 있다. 화성과 금성,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트리탄과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이오, 칼리스토, 가니메데, 그리고 왜소행성인 세레스 등이 생명체 존재확률이 높은 곳이다.


▲  출처 : 미항공우주국(NASA)

가장 유력한 후보는 환경이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이지만 목성과 토성을 공전하는 얼음위성들도 그 다음으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 그 중 하나가 토성의 작은 얼음위성 엔셀라두스이다. 지름 500km인 엔셀라두스는 토성과 23만km 떨어진 거리에서 1.3일에 한번씩 공전한다.

엔셀라두스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을 탐사했던 카시니호의 관측을 통해 생명체의 존재가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되어 왔다. 카시니호는 엔셀라두스의 얼음층 아래 수십km크기의 액체 물바다가 존재하며,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얼음 입자와 물 기둥에 생명체의 필수 원소들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6대 원소 중 ‘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이번에 지구화학적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 카시니호의 관측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인이 엔셀라두스에도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크리스토퍼 글라인 박사는 “인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엔셀라두스의 얼음 지각 아래 바다에 인이 녹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대로라면 엔셀라두스에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6대 필수 원소가 모두 존재하는 것이어서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카시니호가 13년 동안 토성의 E고리에서 수집한 얼음 알갱이들을 다시 분석했다. 이 알갱이들의 고향은 엔셀라두스의 물얼음 기둥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09년에 이뤄진 연구에서는 여기에서 인 화합물을 찾아내지 못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분석 결과 1000개 알갱이 중 9개에서 나트륨, 산소, 수소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염(예컨대 인산염)으로 인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나왔다. 고리에 이 정도 비율로 인이 있다면 엔셀라두스의 바다에는 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돼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지구 생명체에서 인산염 형태의 인은 DNA와 RNA, 세포막, 뼈 등의 필수 구성 원소다.

프랑크 포스트베르그 자유베를린대 교수(행성과학)는 지난달 20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유럽행성과학회의에서 “지구의 바다보다 인 농도가 100~1000배 높다”고 말했다.

인은 그러나 탄소가 함유된 유기분자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유기 인산염은 생명체와 관련한 더 확실한 신호이지만 연구진이 사용한 분광기의 해상도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포스트베르그 교수는 “그러나 이것이 유기 인산염이 없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베를린자유대 피에트로 마테오니 교수는 “엔셀라두스는 이미 태양계에서 거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 중 하나였다”며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더 높여줬다”고 말했다.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여섯번째 큰 위성으로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어 태양계에서 가장 빛 반사율이 높은 천체 중 하나다. 표면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염수와 암모니아, 메탄, 프로판 같은 유기분자를 포함한 많은 화합물이 있다. 더 깊숙한 곳에서는 열수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도 찾았다. 열수는 생명체가 탄생해서 번성할 수 있는 열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과학자들이 엔셀라두스보다 더 크게 주목하고 있는 천체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다. 달보다 약간 작은 유로파는 1~2km 두께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액체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셀라두스와 마찬가지로 물기둥도 관측됐다.

나사는 최근 목성 탐사선 주노를 유로파 쪽으로 돌려 지난달 29일 20여년만에 가장 가까운 352km 지점까지 다가가 근접 촬영을 했다. 나사는 이번 비행에서 여러 장의 고해상도 사진과 함께 유로파의 얼음 껍질 구조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밝혔다.

나사는 2024년엔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6년을 날아 2030년 유로파에 도착한다. 나사가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겨냥해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유로파클리퍼가 처음이다.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그만큼 유로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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