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군 살해 혐의 23세 남성 사형... 인권단체 “그의 범행 자백은 강요된 자백”
이란의 사법부가 반정부 시위 혐의로 붙잡힌 남성을 도심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처형했다. 이란 시민들과 반정부 시위대에 공개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12일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매체인 미잔 통신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보안군을 공격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23세의 남성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의 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라흐나바드 사형은 이란 동부의 도시이자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인 마슈하드 도심의 한폭판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미잔통신은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교수형에 처해진 라흐나바드의 사진도 함께 실었다.
앞서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이슬람혁명 법원은 라흐나바드가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를 진행하다 흉기를 휘둘러 보안군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며 ‘모하레베’(신에게 맞서는 적대행위‘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테헤란 도심에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세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지금까지 최소 488명의 시위대가 숨졌으며, 24명이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사법부는 지난 8일 반정부 시위대로는 처음으로 23세 남성 모센 셰카리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개 처형을 했는데, 이는 시위대에 공포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이란은 2009년 대통령 부정 선거 항의 시위를 비롯한 사회 불안을 진압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세계 최대의 사형 집행국 중 하나"라며 "올해도 지금까지 최소 500명의 사형을 집행했으며, 이는 최근 5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IHR은 "이번 사형은 매우 불공평한 재판과 강요된 자백으로 이뤄졌다"라며 "반정부 시위대의 사형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해 매우 강력한 제재 패키지를 승인할 것"이라며 "이란은 EU가 여성과 평화로운 집회를 지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공개 처형이 이란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불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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