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취소법,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

- 서울특별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 “언론 통제처럼 의료 통제하려했던 유신 시절로 돌아가”
- “의사들도 반역, 살인, 강간 등 중대범죄 시 면허취소 반대하는 것 아냐”
- “정부, 의료인과 의료비용 통제 한계를 인정해야”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의사와 여러 보건의료단체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던 ‘간호단독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지만 국회본회의에 상정된다면 표결을 통해 법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정춘숙 보건복지위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간호단독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통과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들 법안은 현재 여소야대 국회 구조로 본다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의사들과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의 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간호법이 ‘뼈 없는 법률’로 위장막을 치고 시작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은 간호법과 커뮤니티 케어 혹은 가정방문 간호를 결합시켜서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현행법상 각종 의료행위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국민 불편함 등을 이유로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에게 ‘의사의 지시 없이도 치료 행위 권한을 부여하는 근거’를 법률로 제정한 것이다”라며 “당초 주장한 ‘뼈 없는 법률’에서 ‘뼈대 있는 법률’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법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김에서 시작됐다. 2021년 2월 23일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국회에 백신 파업 대비 의사 진료 독점 예외 조치를 건의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적극적 협조로 코로나 위기를 힘겹게 이겨 나가는 이때, 의사협회가 의사 외에는 숙련 간호사조차 주사 등 의료행위를 일절 못하는 점을 이용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여 방역을 방해하겠다는 것은 불법”이라며 “코로나 백신 주사는 현행법상 의사만 할 수 있는데, 의사협회의 불법 파업이 현실화되면 1380만 경기도민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의사협회의 불법 부당한 위협으로 정당한 입법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의사 면허 정지 추진과 동시에 의사의 불법 파업으로 의료체계 유지가 어려운 긴급한 경우에 간호사 등 일정 자격 보유자들로 하여금 임시로 예방주사나 검체 채취 등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여 간호법의 성격이 변질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 부회장은 “이 대표의 글을 토대로 보면 간호법의 또 다른 문제는 협업으로 이뤄지는 여러 보건의료직역의 일들을 모두 뿔뿔히 흩어져 각각이 별개로, 독립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이다”라며 “의약품 오남용 방지 등 국민건강이라는 미명 아래 포장된 의약분업으로, 막상 국민이 의료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조차 늘어나 불편을 겪는 현재 상황을 보면 결과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문제의 남상(처음이나 기원)은 사실 의료법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있다”며 “비단 간호사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인에게 보다 나은 근로 환경을 제공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며 불법 PA가 필요한 이유 역시 건강보험제도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간호법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될 의료법 개정안도 문제삼았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의료법 제8조에 결격 사유를 명시하고, 제65조에는 의료인의 면허를 취득하여도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료법 제8조는 지난 2000년 1월 개정되기 전까지 의사 면허의 결격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자’로 명시했었다. 즉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일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 규정의 처벌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논란 끝에 결국 개정되어 '5. 이 법 또는 형법중 제233조ㆍ제234조ㆍ제269조ㆍ제270조 및 제317조제1항,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ㆍ지역보건법ㆍ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ㆍ응급의료에관한법률ㆍ농어촌등보건의료를위한특별조치법ㆍ시체해부및보존에관한법률ㆍ혈액관리법ㆍ마약법ㆍ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ㆍ대마관리법ㆍ모자보건법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관련법령에 위반하여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라고 명시하여 의료와 관련된 법률을 위반하여 금고형 이상일 경우 면허를 결격, 취소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렇게 법률이 변경된 이유 중 하나가 과거의 법률이 지나치게 엄격했다는 점과 해당 법률이 유신시대에 의료인 통제를 위해 제정된 법률이기 때문에 현대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을 법률 전문가들이 지적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말로 하면 2000년 개정 이전 법률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구하기 위해 고통법규를 위반했다가 사고가 나면 의사면허가 취소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포괄적 면허취소법을 통해 유신시절 언론통제처럼 의료도 통제하려 했던 것인데, 이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의사들도 의사가 반역, 살인, 강간 등의 중대범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취소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료단체가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는 의료인과 의료비용 통제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대한의사협회는 비밀스런 의정협상 방침을 내려놓고 공개 협상을 실시해야 한다”며 “의사들도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수술실 CCTV가 법제화된 과정과 이유를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유가 어찌되었든 현재 각종 과도한 법률로 인해 필수의료는 물론 보건의료계 전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로서는 국회 본희의장에서 대다수 국회위원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 뿐”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의료법 개정안 중 의사면허 관련 부분을 보면, 나아가는 현대사회 속에 마치 의료법만 유신시절로 회귀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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