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식 밀어붙이기,“민생법안처리?”... “다수당 의회 독재일 뿐”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복지위원회의원들의 주도로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비롯한 7개 주요 법안들이 본회의에 직회부되어 표결을 거치게 되자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다음 날이었던 10일 여당인 국민의힘은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야당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70년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분노했다. 여당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는 있지만 의료계 내 최대 갈등 법안으로 꼽히던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본회의로 넘어가는 상황을 지켜만 보던 집권 여당이 사실상 야당과의 정치 수 싸움에서 완패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원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제1야당이 법사위를 우회하는 공략법을 찾아내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상 법사위원장 자리를 얻어낸 것이 무색해 보일 정도다.

수 싸움 패배의 원인은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시작된 원내 협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가져오는 대신 본회의 직회부 충족 조건을 완화하는데 합의했다.

기존 직회부 충족 조건은 '법사위 회부 120일 이내 타당한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경우'였지만 지난해 9월 합의로 충족 조건은 '60일 이내'로 대폭 완화됐다. 이 같은 합의 내용이 이번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의 본회의 직회부 결정에 어느 정도 일조를 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본회의 직회부가 이뤄지고 나니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정부·여당의 마지막 히든카드로 부각되고 있지만 대통령 거부권과 관련된 수 싸움에서도 민주당이 한 수위였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거부권이 정부에게 '계륵'같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즉 정부 입장에선 거부권을 쓰지도 못하고 안 쓰기도 뭐한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별개로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정부와 국회의 갈등 상황이 연출되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 등이 부각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만약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당내 핵심법안들을 대거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도 비판을 피해가긴 어렵다. 간호법은 일각에서 ‘위헌소지가 있고 세부 조항에서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법사위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의견에 따라 법안을 2소위에 회부됐다. 2소위는 여야 합의에 따라 오는 22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본회의 직회부를 고수하겠다는 민주당 당론에 의해 '법안 조율'의 논의 기회조차 사라져버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건복지부도 본회의 직회부 표결 직전 간호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행정부처로서 매우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였다. 의료계 내 갈등이 매우 심한 법안이기 때문에 일정한 조율 없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직역간 갈등 봉합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현장에서 법안을 직접 집행해야 하는 복지부 담당 실무자들의 볼멘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다수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였다. 거대 제1야당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했다기보단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략적으로 입법을 강했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일각에선 민주당의 무리한 본회의 직회부 표결 강행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정쟁 유발 의도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민주당의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노력’으로 볼지, ‘다수당의 의회 독재’로 볼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민주당의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직회부가 '국회법 제86조 1항'이 규정하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정면으로 침해해 국회의 상임위 존중주의를 파괴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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