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법, 의료인이 문제 삼는 이유는?

- 면허취소 기준, 현행 ‘의료 관련 법령 위반’ 금고 이상 → 금고 이상으로 변경
- 면허취소 이후 재교부 시 교육 프로그램 이수 내용도 포함
- 의료계 “의사수 부족해 정원 늘리겠다면서 면허는 쉽게 뺏는다? 어불성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과 함께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통해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등 총 7건의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중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등 의료인의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제65조 ‘면허취소와 재교부’ 조항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자 등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자격 정지 처분 기간 중에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면허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면허를 대여한 경우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의료인 아닌 자에게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로 하게 한 경우 등에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본회의에 직회부된 의료법 개정안은 기존의 면허 취소 기준의 문구를 일부 수정하고 새로운 취소 기준도 추가해 의료인의 면허 결격 사유를 더욱 확대했다. 이중에서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는 내용은 기존 면허 취소 기준에서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부분이다.

개정안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다'고 수정됐다.

그러나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한다'는 단서 조항도 포함했다.

새로 신설된 면허 취소 기준에는 ▼면허 취소 후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인 면허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할 수 없다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면허 자격 정지 사유에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한 때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내주거나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한 때 ▼태아 성 감별 행위를 한 때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하거나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부당한 경제적 이득 등을 제공받은 때 등이다.

이런 내용의 의료법이 통과될 경우 면허 취소 후 재교부 요건도 강화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요건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추가한다'는 내용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 받은 후 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를 취소하는 경우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의료계는 '과도한 입법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해당 법안에 명시된 '금고 이상의 형'이라는 부분이 과도하게 포괄적이고 의료라는 업무와는 무관한 측면이 많다"며 "특히 사업체에 준하는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이 많은데 이들은 많은 고소·고발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많은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고려했을 때 의료법 개정안이 적절하냐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는 의사가 부족해 의대 정원은 증원하자면서 의사 면허는 쉽게 뺏어야 한다는 논리가 맞지않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일으킨 의사는 엄격하게 처벌해야하지만, 의사를 할 수 없다는 자격을 인정하는 기준에는 충분한 사회적 협의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역시 "살인, 강간 등 중대 범죄를 넘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범죄에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 조치"라며 "법 형평성이 굉장히 어긋나는 악법"이라고 짚었다.

국회 내부에서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지난 1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법은 의사의 직무 관련성이 없는 범죄에 대해서도 의사 결격 사유로 규정하거나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련 범죄를 어떻게 한정할 것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조금 더 깊이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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