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에 직회부되며 사실상 국회 통과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던 논란의 간호법이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로 보내진 간호법 제정은 일방적인 통과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이었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시사된 것이다.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지목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보건의료계가 희망을 걸고 있다.

2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통령실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실은 현안 브리핑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민생법안이 한 정치세력이나 정당에 의해 여야합의없이 처리된다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중인 상황에 대한 언급은 아직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회 절차가 완료되면 그 때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답변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뛴 채 강행처리 되며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거부권은 간호법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법안 처리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간호법 저지에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법안이 본회의로 가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의결된다. 간호법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한 민주당이 299석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단독으로도 통과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이다. 앞서 양곡관리법 역시 지난달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부의가 의결된 바 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민주당 단독으로는 통과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간호법은 본회의 직회부 첫 사례인 양곡관리법에 비해 상징성도 부족한 데다, 윤 대통령 측이 대선 당시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가 불투명하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실제로 지난 9일 민주당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 본회의 직회부 표결 여부를 논의하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것이란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법사위가 국회법을 지키지 않고 60일을 넘겼기 때문에 복지위는 법을 위배하는 바가 없다"면서 "(본회의 직회부 표결)통과하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못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노란봉투법 등 논란이 첨예한 갈등 법안들이 연이어 강행 처리되자 대통령실에서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투쟁 등에 대한 기존 일정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용산에서도 간호법에 대한 직역 갈등과 불합리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점은 희망적"이라면서도 "정치권 말에만 기대고 있기는 어렵다. 정치권 역학에 휘둘리는 꼴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복지의료연대 10만 명 규모 총궐기대회 등 일정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의협 차원에서의 임시대의원총회 등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대응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