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약가인하’ 여전한 실효성 논란... ‘상한제한 폐지·고시가 상환제’ 제안

- 저가구매 대한 요양기관 동기 부여 부족... 약품비 절감효과 미비한 수준
- 저가구매 활성화 위해선 전면적 개선 불가피... 허위 보고 시 강력히 처벌 해야

시중에서 판매되는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됐던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가 여전히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는 시장의 실제 가격을 약가에 반영하는 약가 사후관리 제도이다. 요양기관의 성실한 보고를 전제로 하는 해당 제도는 동기부여가 부족해 제도로 인 한 약품비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라도 ‘10% 상한제한을 폐지하고 공급내역이나 청구가격을 허위로 보고하고 청구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등의 해법을 통해 동기 부여를 유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저가구매 활성화‘를 위해 내적·외적 개선과 ’고시가 상환제‘로의 전환 등 대대적인 개편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 효과평가를 통한 종합적 개선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현재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가중평균가격이 기준 상한금액보다 낮은 경우 상한금액을 가중평균 가격으로 인하(인하율 10% 이내)하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의약품과 주사제는 상한금액 인하율의 30%를 감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시행되고 있다. 요양기관의 저가구매와 이에 따른 정보 공개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실제 거래 가격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가장 크게 문제되고 있는 것은 저가구매에 대한 동기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실구매가와 상환가격의 차액 등이 요양기관의 이윤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탓에 요양기관이 저가구매를 할 동기가 부여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실거래가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는 의료기관과 제약사(도매상)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실제 거래가격을 제대로 파악해나가는 것도 어렵움이 크다. 정보공개를 통한 추가적인 이익의 부재로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 포상금제도(whistle blowing)의 실효성 있는 활용을 제안했으나 정책에 반영되고 있진 않다.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의 실효성 문제는 연구팀의 분석에도 드러나 있다. 연구팀은 2019년 실시한 실거래가(청구가격) 조사내역 중 예외 대상 제외 후 최종 3,141성분, 1만 5,606품목, 2만 3,583개소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최대 인하율이 10%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체 품목의 인하율은 10% 내에서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다만 전체 품목의 53%가 1% 이하의 인하율을 보였고, 인하율 4% 미만 품목이 80% 이상이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2018년 하반기에 1,444개 요양기관에 349.3억 원, 2019년 상반기에 1,497개소 요양기관에 378.4억 원을 지급해 연간 727.7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은 요양기관수의 2.9%를 차지하지만 전체 인센티브는 금액의 56.6%(2018년 하반기 56.3%, 2019년 상반기 57.0%)였다. 약국은 요양기관수의 1.6%를 차지하지만 인센티브 금액은 0.0%였다. 약국은 사실상 구매력을 발휘하지 못해 인센티브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아울러 약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약품비는 증가했다. 실제 약가 인하된 3,900품목의 청구액은 2019년 8조 614억 원에서 2020년 8조 777억 원으로 0.2% 증가했고, 2021년은 2019년 대비 3.77% 늘어났다.

이같은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실거래 가격인하에 의한 재정절감 추정액은 실제로는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구팀은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의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10% 상한제한' 폐지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실제 거래가격을 상한금액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후생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앞서 10%만 인하할 수 있는 조치로 인해 약가 인하의 쏠림 현상, 반복 대상으로의 적용 등 산업계의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조사된 실거래가가 상한금액에 충실히 반영되면 약가인하 반복 현상을 방지할 수 있으며 약가 인하 폭의 증가가 기대된다. 이때 1~2% 수준의 완충구역을 둬 행정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개입찰을 의무화한 국공립병원의 저가구매가격을 상한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팀은 "약가인하에는 반영하지 않으면서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제도의 목적과 적용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이는 제도 운영상 바람직하지 않다. 국공립병원의 가격을 약가 인하에 반영하는 경우라도,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하므로 최저가중심의 입찰 가격이 성립할 것이다. 지금처럼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지금의 가격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적으로는 리베이트 등을 모두 포함한 효율적인 실거래가 파악이 권고됐다.

현재 실거래가격의 자료원은 요양기관의 청구내역에 의존하고 있는데, 보다 정확한 가격 파악을 위해 실사를 통한 실거래가 조사, 익명성을 보장한 실거래가 서베이, 내부공익신고 포상금제도 강화 등 다양화가 제시됐다.

허위보고 시 강력한 처벌도 전제 조건이다. 공급내역이나 청구가격을 허위로 보고하거나 청구하는 경우에 해당 공급업체나 요양기관에 대해 적절한 행정조치와 약가인하 조치를 병행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저가 구매의 촉진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실거래가 상환제라는 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이 구매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저가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분 기준의 가격을 감안해 동일성분 대비 더 저렴한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의약품을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의 차등화를 두는 것이다. 최저가 제품 또는 가중평균가 이하의 제품이 시장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는 유인책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저가구매 장려금제도의 개선, 민간병원의 공개 경쟁입찰 의무화, 외래약품비에 대한 저가구매 방안 마련, 동일성분·동일상환가 기전을 통한 저가로의 수렴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고시가 상환제'로의 전환이 언급됐다. 실거래가 상환제는 실거래가격이 고시가의 99% 수준에서 청구돼 실질적으로 고시가 상환제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요양기관의 실제 구매가격이 건강보험 청구가격과 동일해야 함이 원칙이다. 요양기관의 저가구매 동기가 생기지 않으며, 설사 실거래가격이 상한가보다 낮더라도 실거래가격으로 청구할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고시가 상환제는 정부가 고시한 상환가격의 상한가 미만으로 요양기관이 구매하고 상한가격으로 청구하는 것이 허용된다. 즉, 요양기관에게 저가구매로 인한 이윤을 허용하므로 요양기관의 구매력이 클수록 저가구매의 동기부여가 생긴다.

연구팀은 "실거래가 상환제도 운영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려면 실거래가 상환제의 실질적인 운영 실체인 고시가 상환제 전환이 유리하다"며 "실구매가와 상한금액의 차이를 요양기관의 합법적 이윤으로 간주한다면, 요양기관의 저가구매 동기 부여로 연결될 수 있다. 이 경우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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