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에서 나타난 사무장병원 혐의만으로도 법원 판결 이전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 보류할 수 있도록 했던 국민건강보험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다.

공단은 유예기간 동안 요양기관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잡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전부터 요양기관의 폐업을 막기 위해 내부 재량규칙을 토대로 요양기관 지급 보류를 해제해 왔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요양기관의 경우 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전·후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의2 제1항의 헌법소원 청구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지금 당장 해당 조항이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며 국회가 오는 2024년 말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효력을 읽는다고 설정했다.

지난 4일 열린 공단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현재룡 공단 기획상임이사는 “공단이 패소한 부분과 관련하여 잘못 알려진 내용도 있다”며 “요양급여비용을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안 주는 것은 아니다. 지급해야 할 비용은 지급하며 일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현재룡 상임이사는 “사무장병원 위헌 소송과 관련한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며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요양기관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공단 측 임현정 변호사도 “헌재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공단이 이미 재량규칙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무죄로 선고가 된 경우 지급 보류를 즉시 해제하고 있고, 더 나아가 요양기관 폐업을 막기 위해 100% 지급 보류가 아닌 50%, 70% 등 비율을 낮춰 지급보류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헌재 판결이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이 아닌 무죄 판결 확정 시에 지급보류를 해제하는 부분을 지적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헌재는 지급보류의 정당성이나 제도의 합법성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지만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만 해제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이자 지급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며 “해당 내용은 법무지원실과 협조를 통해 입법 개선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공단이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 혐의를 받는 요양기관과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은 요양기관급여비용 지급보류 관련 27건,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와 환수결정 1건,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으로 92건으로 총 120건에 이르며 전체 행정소송 중 약 22.9%를 차지하고 있다.

행정소송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도 꾸준히 늘어 공단에서 현재 진행중에 있는 소송 건수는 민사 1132건, 행정 523건으로 총 1655건으로 집계됐으나, 전년도부터 이월되어 온 소송까지 모두 더하면 총 3500건에 이른다.

업무 유형별로 나누어 보면 구상금 관련 소송이 883건으로 절반 이상(53.4%)을 차지했으며 요양기관 환수 205건, 장기요양 201건, 부당이득금 168건, 보혐료 등 129건, 급여제한 등 69건 순이었다.

제약사 관련 진행 중인 주요소송은 의약품 불순물(발사르탄, 라니티딘) 관련 공단손해액 청구소송 2건, 원료합성의약품 특례위반 약제비 환수소송 1건, 콜린제제 협상명령 관련 행정소송 3건이다.

현 기획이사는 “국민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졌고 제도가 하나만 바뀌는 게 아니라 여러 제도가 한 번에 바뀌는 게 많다보니 이의신청도 많아 소송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사무장병원의 소송이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