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에서 캐오는 '트러플'... 목숨을 내놓게 된 시리아인들

- 올해 ‘트러플 채취꾼’ 최소 84명 사망... 정부군에 치이고 IS에 위협받는 시리아인
- 하루 최대 400달러 수입에 위험한 채취 계속

트러플(송로버섯)은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마성의 재료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시리아산 트러플은 유럽산 트러플에 비교해 더 씨알이 굵고 매운맛이 적어 인기가 높다. 때문에 시리아인들은 트러플을 ‘천둥의 딸’이라고 부른다. 뜨거운 햇볕과 거센 폭풍우를 이겨낸 트러플에 대한 애정이 담긴 별칭이다.


▲ 출처 : APF 연합통신

트러플은 시리아인들에게 단순히 음식재료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2011년부터 12년 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폭정, 경기 침체와 난민, 지난 2월 지진까지 악재만 거듭되고 있는 ‘지옥의 땅’ 시리아에서 수요가 높은 트러플은 몇 안 되는 돈벌이 수단이자 생명줄과 같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시장에서 블랙 트러플은 1㎏당 17달러(약 2만3000원)에 팔리고 있는데, 이는 빈곤에 시달리는 소득 하위 90% 시리아인의 평균 한 달 월급과 비슷하다. 주로 사막에서 자라는 트러플을 얻기 위해 시리아인들은 천막생활을 하며 고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최근 트러플을 채취하는 시리아의 민간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올해에만 최소 84명의 시리아인이 트러플을 채취하다 사망했다. 10일 뉴욕타임즈(NYT)는 “내전과 경제위기 속 시리아인들의 절실한 트러플 채취는 목숨을 건 도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러플을 채취하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는 이유는 다름아닌 시리아 정부군의 겁박이다. 트러플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은 대부분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데, 해당 지역들은 과거 반군과 치열하게 교전을 펼친 지역이기도 하다.

NYT는 “정부군 상당수는 트러플 채집꾼들에게 지뢰가 깔린 위치 등의 정보를 알려주고 반대급부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거부하면 지뢰를 밟거나 납치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채집꾼들에게는 정부군이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보호해줄 힘도 없는 정부군이 이들의 채집활동을 방해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내전의 혼란을 틈타 시리아 일각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도 걸림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IS 대원들이 시리아인 40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최소 15명을 살해했다. 중부 하마주에선 민간인이 목이 베인 채 발견되기도 했다. 친정부 성향 매체들은 “사망자 대부분 동부 시골에서 트러플을 채취하던 농부들”이라며 “IS 대원들의 소행”이라고 전했다.

IS가 노리는 건 다름 아닌 트러플이다. 최근 급격히 세가 기울며 자금줄이 마른 IS가 트러플을 훔치거나 채집꾼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면서 사망 사건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IS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시리아에서 거점을 잃은 IS가 광활한 사막에 숨어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난한 시리아인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술리만은 “하루에 최대 400달러(52만 8000원)를 버는 사람도 있다”며 “목숨을 걸고 트러플 채취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