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억 원 받고 카타르 구단으로 이적... 2021년 계약 종료 후 북한으로 돌아간 듯
- 외신 “대북제재 영향으로 출전 어려워 제대로 출전도 못해”
몇 년 전까지 ‘인민 호날두’라고 불리며 유벤투스 등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북한의 축구선수 한광성이 2021년 이후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광성의 세계 무대 진출은 2013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 과정의 일환으로 평양국제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15명의 이탈리아로, 14명은 스페인으로 향하는 유학 명단에 포함돼 북한 정부의 지원 하에 유학을 떠났다.
이들 중 가장 두각을 드러냈던 이가 한광성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났던 한광성은 눈부신 성장 속도에 2015년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에 입학해 유럽 현지 축구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 일을 계기로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에 A에 소속된 칼리아리의 유소년 팀에 정식 입단했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팀으로 승격해 정식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일주일 만에 첫 골을 기록하는 등 어린 나이에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바로 입증했다.
칼리아리 유소년 코치였던 막스 칸지는 CNN 인터뷰에서 "한광성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지 20분 만에 동료 코치 마리오에게 '그는 매우 훌륭하다, (1부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칸지는 한광성이 이탈리아어도 빨리 습득했다고 전했다.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컬러스 페닝턴도 "수줍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광성은 북한과 관련한 거듭된 질문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거의 아무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페닝턴은 "한번은 한광성이 가족에 대해 얘기하며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2019년에 한광성은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남북간 축구경기에 출전해 빠른 드리블을 선보여 국내 축구팬들에게 ‘인민 호날두’라고 불리며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의 커리어는 2020년에 페루자 구단 임대를 거쳐 2020년 세리아A의 명문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최정점을 찍었다.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갔지만, 이적 당시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 계약 기간에 460만 달러(약 61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불됐다는 점에서 그가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카타르에서의 한광성은 순조롭지 못했다. 2020년 8월 21일 알아흘리를 상대로 출전한 것이 마지막 출전 기록이었고, 이날 우승을 확정지으며 동료들과 함께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으나 이후 출전하지 못했다.
이룰 두고 축구 전문가들은 그가 실력적인 문제가 아닌 대북제제 명단에 포함되어 점점 출전이 어려워졌고,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찾지 못해 결국 북한으로 되돌아 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26일 한광성은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해지된 직후 카타르에서도 추방됐다. 당시 한광성은 이적 후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은행과 거래 시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돈을 송금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CNN의 취재에 따르면 한광성은 이후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021년 평양-로마 항공 노선 운항을 기다리며 로마에서 머물었다는 것이 마지막 그의 행적이다.
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예른 안데르센은 "한광성이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그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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