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 대학병원 분원설립 규제 병상 수급 대책 시급한 마련 촉구
- “분원 설립으로 지역 의료계 몰락하고 국민 의료비 증가”
- “법제도 정비 후 병상시책과 다르다면 인허가 자체를 내지 말아야”
의료계가 대학병원들의 잇따른 수도권 분원 설립을 정부가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인허가만 받으면 분원 설립이 가능한 기조가 이어지면 병상 과잉과 지역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역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 병원은 총 11곳이다. 이를 총합하면 2028년까지 수도권 지역에만 약 6,000병상 이상이 추가되는 것으로 병상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되고, 과잉 공급은 의료 이용 과잉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의료비 증가와 의료자원 낭비로 직결될 우려가 높다.
잇따른 대학병원들의 분원 진출이 지역 내 위치한 기존 중소병원들을 위축시키고, 지역 의료기관들끼리 과도한 경쟁에 빠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역 의료전달체계는 물론 필수의료 회복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쏠림 현상과 열악한 지방의료 인프라로 인해 지역 간의 의료격차가 심화되고,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병상·인력·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유발하는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운 부회장도 “현재 병상 체계에 제동을 걸지 않고 계속 가다가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 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건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보건의료가 망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6,600병상이 증설되면 추가로 발생하는 요양급여비 규모가 연간 2조 4,810억 원에 이른다”며 “비수도권에서는 이미 대학병원의 분원으로 지역 중소병원이 몰락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개원 후 경남 지역 병원 폐업률이 1년 만에 약 2.9%p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 지자체 차원이 아닌 ‘중앙 정부’가 나서서 병상 수급 통제에 적극 개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이르면 이달 중으로 이를 제어하기 위한 ‘병상 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할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해당 시책에서 더 나아가 인허가 자체부터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의료법 개정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 상으로 지정제인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종합병원의 분원 설립은 지자체 인허가만 받으며 설립이 가능하다.
이 회장은 “수도권 2차 병원을 설립할 때 일정규모 이상은 지자체가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개입해야 할 병상 배치 정책도 효과를 본다”면서 “지자체 입장만 보면 지역에 대형병원 분원 진출을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보건의료라는 큰 틀에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도 “지자체만 생각하는 추세를 법·제도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의료법 의료기관 개설 불허 조항에 수도권 설립과 관련한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정부의 병상 시책에 맞지 않으면 인허가 자체를 내지 않아야 한다. 토지 매입 단계부터 정부 병상 시책에 부합해야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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