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醫 “뇌성마비 신생아 12억 판결, 불가항력 사고에 너무 가혹해”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성명서 통해 사건 당사자 신생아와 부모에 위로 전해
-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 12억 원 배상 판결은 너무 가혹해” 우려
- 보험금 사건 감정만 증거 채택·모니터링 주의 의무 위반 등 간과한 쟁점도 지적

최근 신생아에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분만을 담당한 의사의 조치에 과실이 있다며 의료진에게 12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의료계에서 법원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지나치게 가혹한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법원이 놓친 여러가지 쟁점들도 지적하며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헤아려주길 촉구했다. 



28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판결한 뇌성마비 신생아 사건의 당사자인 신생아와 그 부모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건냈다. 다만 분만을 담당했던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치료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너무 가혹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회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놓친 쟁점들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오는 상급심에서는 이를 놓치지 말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먼저 이번 재판에서 보험금 사건의 감정 결과만을 증거로 채택한 것을 지적했다. 법원은 산모가 보험사를 상대로 잔여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의 진료기록 감정자료만을 증거로 인용했다는 것임을 지적했다.

해당 감정서에서 감정인은 “병원 방문을 주된 목적이 진통이 아닌 태동의 감소이기에 일련의 과정이 병원 측의 주의가 소홀했다고 볼 측면이 있다”며 “NST 검사상 박동성이 소실된 것으로 보이지만 의사의 즉각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료진의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쟁점인 이전 사건과 피고인(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인 이번 사건은 명백한 차이가 있으며, 때문에 향후 항소심에서는 의료감정의견서를 추가해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또, 법원이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태아 심음의 변동성의 소실이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 산모가 병원에 내원한 2016년 11월 20일 23시 30분경은 이미 태아곤란증에 빠진 상태라고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법원이 이를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NST검사 상의 박동성 소실은 기저 박동성이 사라져 반복적인 만기 심박동수 혹은 변이성 심박동 감소가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이는 기전 변동성이 없어지고 태아 심박동의 서맥이 있는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 전 태아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태아곤란증을 정확히 정의하기는 곤란하지만 심박동수만으로 판단할 경우 일반적으로 2가지 사례가 나타날 경우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대면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면 진료로 환자를 직접 마주하지 않더라도 간호사 스테이션과 의사 당직실에서 태아 심박동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환자를 마주하고 있지 않아도 실시간 연동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태아의 심박동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24분 동안 전원이 지연돼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사긴동안 환자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는 명확한 저산소증 상태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즉 24분동안 전원이 지연되면서 원고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만큼 전원 지연이 문제가 됐다고 확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의사회는 "이 의사는 태아심박동 감소가 처음 시작된 이후 33분 만에 응급 제왕절개술을 결정하고 21분 만에 수술을 시작해 8분 만에 출생시켰다"며 "이런 기록으로 보면 야간 응급수술임에도 매우 신속하게 대처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생 당시 생체 활력 증후가 전혀 없이 출생한 신생아를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려내 상급병원으로 전원한 산부인과의사에게 12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배상책임을 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번 판결로 분만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많은 상처를 안고 분만 현장을 떠나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