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정원 이슈 속 의사 소득과 다른 전문직 소득 비교 유행
- 전문가 “해외 국가와 비교해 유별나게 의사 소득이 높은 나라 아니다”
- 의료계 “의사 직역의 의대 증원 반대를 ‘밥그릇 챙기기’로 폄훼하려는 의도”
최근 사회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의사의 소득을 변호사, 공무원, 엔지니어 등 타 전문직 직역과 비교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의사는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공보의 등 직역과 내과, 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에 따라 천차만별인 탓에 통계를 내는 기준에 따라 평균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절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의사 소득이 정말로 ‘과도하게’ 높은 것이라면 문제가 맞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해외국가와 비교하면 유별날 정도로 의사 소득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무엇보다도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 고소득 직업의 상위권이 모두 의사들이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가 유독 의사들의 소득이 타 직업군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은 의사 직역의 의대 증원 반대를 ‘제 밥그릇 챙기기’로 폄훼하려는 의도 외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다수의 언론 매체가 앞다투듯 발표한 자료들에 따르면 의사 사업소득이 변호사 사업소득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참고한 국세청 통계 등에 따르면 의료업(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의 평균 소득은 지난 2014년 1억 7300만 원에서 2021년 2억 6900만 원으로 7년 사이 55.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낫다. 반면 변호사업의 평균소득은 지난 2014년 1억 200만 원에서 2021년 1억 1500만 원으로 약 12.7% 늘어나는 것에 그쳐 의사 소득 증가율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매체들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 동결이 의사 숫자를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의사 소득을 크게 높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7월에는 OECD의 ‘2023 보건통계’를 근거로 한국 전문의 중 병·의원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연간 임금 소득이 19만 2749달러(2020년)으로 관련 통계를 제출한 28개국 중 가장 높다는 뉴스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 높은 소득 수준은 의료 수요는 많지만 의사 수가 부족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를 접한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자신들의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이른바 ‘밥그릇’ 여론이 조성됐다.
실제로 의사 수를 늘려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 평균과 비교해 낮으면서도 급여는 최고 수준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의대 확대론자인 김윤 교수는 지난 6월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OECD 국가 의사 월급 평균은 우리나라 의사 월급에 58%에 불과하다. 의사를 1.5배 늘리면 의사의 월급이 OECD 의사 월급 평균 정도로 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사 인건비의 87%가 감소해 총 4조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7월 14일 열린 ‘지역 공공의료인력 확충 및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포럼’에서도 “우리나라는 의사 소득이 상당해 OECD 평균 의사수입에 1.7배에 이른다. 이 수입의 70%가 국민이 진료비와 건강보험료를 통해 추가 부담하는 것인데 그것이 10조 원이 이른다”며 “지역 의대 설립 등을 통해 의사 수를 늘려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의사 소득이 정말로 OECD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윤 교수를 비롯해 언론이 언급하는 근거인 ‘OECD 보건통계’의 우리나라 의사 소득 평균은 GDP(PPP)환율을 기준으로 병·의원에 소독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연간 임금 소득만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생활 물가지수를 만영한 GDP(PPP)SMS 물가가 비싼 국가일수록 GDP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이에 명목 GDP를 적용해 재조사하면 우리나라 GP 봉직의 소득은 OECD 국가 17개국 중 8위였고, 개원의는 10위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이 주장하는 자료에는 미국, 일본 등 최선진국들의 수치는 제외된 것이기에 비교가 난해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었던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 교수는 “OECD 통계 자료는 나라별로 제출하는 방식이 달라 국가별 의사 소득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양쪽 자료가 동등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군의관, 전공의까지 다 포함하면 평균 임금이 굉장히 떨어질 것이다. 그러한 수치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단에서 지급한 요양 급여비만을 가지고 계산한 것인지, 개인의 수입인지, 영업소득인지 등에 따라서도 산출되는 소득은 달라진다. 영업소득일 경우 인건비, 월세, 재료비 등을 제외하고 세금까지 감안해야 자기소득이 되는데 이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국가와 소득을 비교하는 것은 ‘가짜 뉴스’와 다를 것이 없다”며 “자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상황에서 수익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방식으로 통계를 왜곡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도 이같은 언론 보도에 유감을 표명하며 개원의 등 의료인의 근무환경은 국가마다 개업형태, 지불체계, 퇴직 후 연급제도, 세금, 법적 책임 등 근로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수입 수치에 의한 단순 비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잘 알려진 대로 이미 의료 안에서도 인기과와 기피과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하다.
기본적으로 비급여 진료가 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와 반대로 성인에 비해 투입되는 자원은 더 많지만 수가는 매우 낮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사이의 수익 격차는 말할 것도 없으며, 기피과인 산부인과 안에서도 비급여가 많은 부인과를 주로 하는 의사들은 소득이 높지만 분만을 주로 하는 산과는 저출산 기조 속에 환자도 적고 저수가로 인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마취통증의학과도 마취보다는 통증과가, 심장혈관외과 안에서도 흉부 수술보다는 하지정맥류 치료 등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만음 이 분야의 소득은 높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의사들은 소득이 낮은 편이다.
때문에 단순 평균치로만 타 직업군의 평균치와 비교해 의사가 무조건 수익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 집단의 수익이 높다는 왜곡된 자료를 가지고서 의사 단체를 ‘수익만 좇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가에서 의사는 고소득 직업군에 속하고 있고, 이를 가지고 문제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미국 노동 통계국이 2022년 발표한 직엽별 연봉 순위 통계에 따르면 의료계 종사자들의 연봉이 순위권 상단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
고소득 직업 상위 25위 중 15개가 의료, 의학계열이었으며 1위는 마취과 의사로 연봉이 4억 4000만 원에 달했고, 2위는 구강악안면외과의사로 4억 3000만 원 수준이었다. 3위는 산부인과 의사로 3억 8000만 원 수준이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은 타 직업군에 비해 소득이 과도하게 높지도 않지만 높아서는 안 되는 이유도 모르겠다. 의사들은 직접 높은 비용에 속하는 학비를 내고 10년 이상 오랜 교윢과 수련을 인내해야만 한다. 의사들은 약 10년 동안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입해 의사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언론 보도와 일부 교수의 주장은 전형적으로 의사 집단을 ‘이익집단’으로 매도하기 위한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는 의사 집단에 대한 신뢰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며 결코 국민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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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