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사 LOGIQ P9 등 초음파 진단기기 도입하는 한의원들
- “대법원 판결 이후 초음파 진단기기 선택지 넓어져"
- 한의협, 초음파 활용 건강보험 진입 등 후속작업 집중
최근 한의원에서 초음파 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을 허가한 대법원 판결 이후로 이와같은 상황은 더 심해졌다. 관련 종사 의료기기업체들도 새로운 매출경로 개척에 적극적인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지난 22년 12월 대법원의 판결 이후로 초음파 기기를 진료에서 사용한다며 온라인에서 홍보하고 있는 한의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이들 한의원들이 구매한 초음파 진단기기는 GE사의 ‘LOGIQ P9’, ‘Voluson S6’, ‘Versana active’, ‘S6 volusion’ 또는 포터블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인 ‘Vscan air’ 등이다.
LOGIQ P9는 복부나 심장 초음파 등 다양한 분야 진단에 사용되는 범용 제품이며, Voluson S6는 자궁과 난소, 태아 등 정밀 검사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한의원에서는 주로 침 시술을 가이드 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내과계 질환 진단에도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을 '초음파 읽어주는 한의사'라고 소개한 세종 A한의원 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1월 "근골격계 질환부터 내과질환, 성장클리닉, 다이어트 등에 초음파 진단을 활용"하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인 GE사의 LOGIQ E9을 새롭게 도입했다고 했다.
Versana active를 도입한 B한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바늘을 자동 인식해 강조하는 ‘Needle recognition’ 기술은 약침 시술 시 환자의 불편을 덜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시술할 수 있다”며 안전성과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OGIQ P9를 구매한 또 다른 한의원도 “목 주변 위험한 곳을 시술할 때 눈으로 보고 안전한 곳에 시술하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며 “진단으로 활용한다. 이학적 검사만으로 알 수 없는 병들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의사들은 침 시술 가이드 용도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개발한 경혈 초음파 진단기기보다는 의과 초음파 진단기기를 더 선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2022년 침을 자입하기 전 자기장을 활용해 침의 예상 궤도를 추적, 정확한 위치에 시술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한의사용 경혈 초음파 진단기기 '아큐비즈'를 개발했다. 이에 많은 한의원에서 약침이나 도침 등 침 시술에 아큐비즈를 활용해 왔다. 하지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의과 초음파 진단기기를 도입하는 한의원이 늘고 있다.
한의계 한 관계자는 17일 “한의사용 초음파 진단기기보다 (초음파 진단기기가) 비용적인 면에서 더 싸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의사들의 선택지가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새로운 활로 개척에 소매를 걷은 의료기기 업체들도 분주하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다 뛰어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 ‘KIMES’를 둘러본 한의사는 유튜브를 통해 “필립스, GE, 삼성 등 (전시장을) 다녀도 판매 목적의 접근은 없었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의사 대상) 영업과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후속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한편 한의영상학회 등을 중심으로 한 초음파 진단기기 활성화를 위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의협 문영춘 기획이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한의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행위정의를 설정하는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다. 임의비급여 신청 후 제도권 진입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기획이사는 “국민 건강을 위한 진료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 됐다”면서 “앞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 교육에도 신경 써 발전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차기 대한영상의학회장인 은평성모병원 정승은 교수는 “고급 장비 의료기기 업체 외에도 다양한 업체에서 다양한 초음파 진단기기 제품을 만든다. 그 중 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제품들도 많다”며 “과도한 영업 경쟁도 문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기기 자체는 위해가 없다고 하지만 자궁내막암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오진 발생 위험은 있다”며 “이외에도 과잉진단이나 이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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