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 기습에 '안보 수호자' 푸틴 이미지 타격... 민심 이반 우려

우크라군, 쿠르스크주 수자 점령... 13만명 피란에 레닌 동상도 파괴
"징집병에 국경 방어 맡겨" 러시아군 허술한 대응 태세 도마에
젤렌스키 "장거리 무기 제한 풀어달라"... 전쟁 장기화 조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이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고 진단했다.



2000년부터 집권해온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와 '안보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통해 장기 집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으로 인해 이러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6월 발생한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건과는 다른 차원의 충격을 러시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당시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은 푸틴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모스크바 근처까지 진격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비교적 신속하게 진압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외국 군대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사례로, 국민들이 받는 충격의 강도가 훨씬 크다.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 수자 일대의 국경에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최소 13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주도(州都) 쿠르스크로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전쟁의 실상을 체감하게 되었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국경 방어를 비전투인력인 징집병들이 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8~30세의 청년들로 구성된 징집병들은 주로 제설 작업 등 비전투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들에게 국경 방어를 맡긴 것은 러시아군의 허술한 전쟁 대응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300명의 러시아 징집병을 포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해 8일부터 자국 내 유튜브 접속을 차단하는 등 강도 높은 정보 통제에 나섰다.

그러나 러시아군 역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북동부 하르키우 일대에서 점령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18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반격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또한 수자 일대의 점령 장기화에 대비해 러시아 본토 수 킬로미터 안쪽에 야전병원, 정비기지, 연료창고 등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서로 상대방의 영토에서 상당 기간 교전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에게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서방 주요국은 사거리 250km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러시아 본토 공격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제한이 풀려야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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