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월드, 방문객 감소 위기… 급등한 이용료에 고객 외면

테마파크 이용료 5년간 44% 상승, 가계 부담 가중
패스트 패스 유료화, 기존 고객까지 이탈 촉진
디즈니 영업이익 의존도 높은 테마파크 부문 성장 둔화

세계적인 테마파크 디즈니 월드가 방문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용료 급등과 기존 무료 서비스의 유료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디즈니의 핵심 수익원인 테마파크 부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업체 ‘투어링 플랜(Touring Plans)’의 분석을 인용해, 두 자녀를 둔 부모가 디즈니 월드를 4일간 방문하는 비용이 지난해 기준 4266달러(약 622만 원)로, 2018년 대비 4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은 기존에 무료였던 서비스의 유료화다. 특히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 패스(FastPass)’가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방문객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패스트 패스 가격은 기본 입장권 외에 137.39달러(약 20만 원)에서 최대 478.19달러(약 69만 원)까지 책정돼 있다.

이처럼 급등한 비용은 많은 미국 가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투어링 플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모 2명이 자녀 1명을 데리고 디즈니 여행을 하는 비용이 미국 소득 하위 40% 가구의 연간 여행 예산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트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디즈니 리조트를 방문한 응답자 중 45%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다고 답했다.

높아진 비용으로 인해 디즈니를 떠나는 단골 방문객들도 늘고 있다. 매년 디즈니 월드를 찾았던 댄 맥카티 가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 여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맥카티 가족은 지난해 디즈니 리조트 멤버십을 매각한 후 네덜란드에서 3주 동안 관광하며 “디즈니는 더 이상 비용 대비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디즈니 측은 투어링 플랜의 분석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디즈니는 가을 시즌 기준 4인 가족이 4일간 방문하는 데 최소 3026달러(약 441만 원)가 소요되며, 패스트 패스를 구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문객 감소는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디즈니 월드의 미국 내 방문객 수 증가율은 2023년 회계연도 기준 1%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의 6% 증가율과 비교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테마파크 부문을 포함한 ‘익스피리언스’ 부문의 매출은 31억 달러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미국 내 테마파크 방문객 수는 2% 감소했다. 현재 디즈니의 전체 영업이익 중 약 70%가 테마파크 사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장기적인 실적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WSJ는 관광 전문가와 디즈니 임원들의 의견을 인용해, 높아진 이용료가 미래 고객을 소외시키고 있으며, 젊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어링 플랜 창립자인 렌 테스타는 “디즈니가 제 살을 깎아먹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방문객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경우 디즈니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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