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업무 확대 현실화됐지만 자격·역할 기준은 여전히 부재
의사·간호협회 간 교육 주체 갈등… “갈등 아닌 공동 책임 인식해야”
정부 “입법예고 앞두고 상호 협력 절실”… 제도 정비 속도 예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가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격 요건과 교육체계는 여전히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역할은 사실상 확대됐지만, 제도와 기준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업무 혼선과 책임 공백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신뢰받는 진료지원업무 수행을 위한 간호사 교육체계 및 제도 확립’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의료현장에서 진료지원 간호사(PA)의 역할이 이미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주체, 자격 기준,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간호협회 측 발표에 따르면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약 4만여 명의 간호사가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러나 병원 내 이들의 관리 주체는 간호부서, 진료부서, 행정부서 등으로 제각각이었고, 교육 체계도 통일되지 않았다. 진료지원 간호사에 대한 자체 교육을 운영하는 병원이 절반을 넘었지만, 정작 교육 지침을 갖춘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교육 방식의 60% 이상이 1:1 도제식으로 이뤄져 표준화된 교육 모델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교육 주체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업무인 만큼 교육도 간호협회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의 진료를 지원하는 만큼 의사의 감독 아래 연수제도로 운영돼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김경선 종합병원 간호사는 “의정갈등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직한 의사들과 함께 기존에 일하던 전담간호사도 종합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병원 간 경험 격차로 인해 간호사 간 수행 가능한 기술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전담간호사는 담당 의사의 성향에 따라 업무가 좌우되며, 담당 의사가 퇴직할 경우 간호사의 역할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상황도 벌어진다”며 “이 같은 구조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자격 기준과 교육체계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담간호사 제도화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중인 이지아 경희대 간호대학 교수도 “분야별 자격 요건과 표준 교육 체계를 갖춘 중앙 전문기관이 필요하며, 간호협회가 복지부 지정 기관으로서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사 직역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조승연 영월의료원 원장은 “전담간호사의 업무는 매우 포괄적이고, 현장 의사와 협업 구조 속에서 개별화되는 특성이 있어 어느 한 기관에서 표준화해 교육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주체로 간호사와 의사가 공동으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사례를 언급하며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병원 운송 요원까지 하나의 팀으로 묶어 평가하고,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은 실력이 좋아도 제외되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역시 간호협회, 병원, 의료진이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이 같은 갈등이 제도 정비를 가로막지 않도록 조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화가 불필요한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상호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며 “조속한 입법예고와 제도 재정비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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