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인 론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쟁 구도가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한 반면, 론자는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 등의 문제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조원 매출 달성…글로벌 시장에서 성과 이어가

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4조 5473억원, 영업이익 1조 32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4조원’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9% 증가한 수치다. 별도기준으로는 매출액 3조 4971억원, 영업이익 1조 3214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각각 19%,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단일 건으로 1조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세 건 체결하면서 연간 누적 수주 금액이 최초로 5조원을 돌파했다.

창사 이후 누적 수주 총액은 약 176억 달러(한화 약 25조 3000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론자, 매출 감소 속 구조조정…CDMO 시장의 변화

반면, 글로벌 CDMO 기업 론자는 지난해 매출이 약 10조 5100억원, 영업이익은 1조 5400억원을 기록했으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9.5% 증가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성장률이 약 20%에 육박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론자는 여전히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 CDMO 기업이지만, 모더나와의 백신 협력 중단, 캡슐·건강원료 부문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론자는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ADC(항체약물접합체)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능력 확장으로 론자 추격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생산력 기준으로 론자를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제2바이오캠퍼스의 5공장이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총 78만4000리터(L)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론자의 생산능력인 78만L를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2032년까지 8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132만L에 달하며, 이는 론자는 물론 중국 우시, 일본 후지필름 등 다른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규모가 될 것이다.

CDMO 포트폴리오 확대 및 글로벌 거점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포트폴리오를 기존 항체 중심에서 ADC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완공한 ADC 전용 공장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며, ADC 항체부터 완제의약품(DP)까지 전 공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세일즈 오피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과 뉴저지에 세일즈 오피스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에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하여 일본 등 아시아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및 수주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에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소재 제약사와 약 2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에 ADC용 항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ADC 전용 시설은 2월부터 가동된다”면서 “이제 ADC 항체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전 공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FS 제형 수요 증가 및 새로운 치료제 등장 전망

하 연구원은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시아를 시작으로 PFS(약물충전주사) CMO 수주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GLP-1 기전 비만 치료제의 수요 증가와 TL1A(종양괴사인자 유사 리간드1A 단백질) 등 다양한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함에 따라 PFS 제형의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