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후폭풍… 봉직의 증가에도 교수진 부담 가중

전공의·전임의 이탈 속 봉직의 충원… 교수진 불만 고조
응급·중증 환자 여전히 교수들이 담당… 피로 누적 심화
봉직의 몸값 상승, 상대적 박탈감 커지며 사직 고민 확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의료 인력 구조 변화로 이어지면서 대학병원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이후 전임의들의 이탈이 이어졌고, 병원들은 빈자리를 봉직의 채용으로 메워왔다.

대학병원들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봉직의를 채용하고 있지만, 응급 환자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여전히 기존 교수들이 맡고 있다.


이로 인해 교수들은 1년 넘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피로 누적으로 진료 중단을 고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A교수는 “전공의와 전임의가 빠진 상태에서 병원이 봉직의를 채용했지만, 고난도 수술이나 응급 환자를 맡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결국 교수들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계속 담당할 수밖에 없고, 봉직의들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진료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 교수들이 기존에도 높은 중증도를 감당하며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봉직의와 비교해 근무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지면서 교수직을 그만두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봉직의들의 연봉이 상승하면서 교수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전임의 없이 1년 넘게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 온 교수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사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 지역 대학병원 B교수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봉직의를 채용해야 하지만, 이들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이라 병원도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기존 교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 교수들 사이에서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번아웃 상태에 빠진 교수들이 많다. 가르칠 전공의도 없고,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면서 교수직을 그만두고 봉직의를 하겠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에서는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사립대병원에서 국립대병원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서울로 이동하는 교수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 정책 이후 의료 인력 구조 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병원 내 인력 운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봉직의 충원이 교수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수들의 번아웃과 사직 고민이 현실화되면서 대학병원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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