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별 공통] 의료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의료기관 제외해야”

- 병원은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더라도 환자와 이용자의 사망과 장애를 피할 수 없는 곳
- 일선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의료기관까지 뭉뚱그려 법안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

당장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업종에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환자안전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점, 안전·보건 의무를 다해도 불가피하게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특수성 등을 고려했을때 의료기관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병원은 법이 적용된다. 단, 상시근로자가 50인 미만인 경우 법 시행 이후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병원에서 직원이나 고객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법인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 및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때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 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이다


◆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요구 미반영시 헌법소원 제기"
이에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17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과잉규제”라며 “지금이라도 공중이용시설에서 병·의원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병·의원을 제외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각종 고위험 수술과 응급상황이 24시간 상시 진행되는 곳으로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더라도 환자와 이용자의 사망과 장애를 피할 수 없는 곳”이라며 “현재도 각종 보건의료 관계 법률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펼쳐야 할 의료진이 방어, 위축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의료환경에 처해있다”고도 주장했다.


◆ 대한개원의협의회, "이미 이중, 삼중의 규제로 처벌 이뤄지고 있어"
18일에는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가 “의료기관은 이미 환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도하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개협은 “의료기관에서 환자 안전 문제는 이중, 삼중의 규제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추가로 중대재해에 대해 ‘처벌’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과 10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즉 이미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안전 관련 이미 여러 가지 규제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인의 자격과 의무를 명시해 환자의 건강권과 안전은 ‘의료법’에서, 환자 안전과 보호가 필요한 내용은 ‘환자안전법’에서 다루고 있고 각종 분쟁 상황에 대해서는 ‘의료분쟁조정법’을 두어 환자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추가로 중대 재해에 대해 ‘처벌’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과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은 과하다고 대개협은 지적했다.

대개협은 “최근 수술이나 시술에 따른 나쁜 결과에 대해 의료인을 형사법으로 다스려 인신 구속까지 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이중, 삼중, 사중의 끝없는 처벌이 이어질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의료인에 삼중, 사중의 죄목을 붙여 적대시하고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의료기관의 특수성 고려해야
이어 “의료기관은 일반적인 산업 현장과 달리 시급하고 위험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목적으로 통상적인 산업 현장과는 재해를 정하는 기준과 정의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관이 가지는 특수한 목적과 의료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미 의료법, 환자안전법 등 특별한 법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일반 산업 현장의 재해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특히 병원에서도 위중하거나 응급 환자를 다루는 영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산업 재해를 예방하고 인명의 희생을 예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지만 일선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의료기관까지 뭉뚱그려 그 법안에 포함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존재 목적이 질병을 다루고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의료기관에는 실제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규정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에서 의료기관을 제외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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