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 커지는 희망

-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를 적절히 사용하면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을 앞당길 수 있을 것
- 인류가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관리 가능할 수 있도록 위험성을 낮추는 ‘공존’으로의 전환이 필요

20일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 되는 날이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어느덧 만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공포는 여전하다. 정부가 내걸었던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도 연이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감염으로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차를 맞은 올해...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백신 도입에 따른 접종률 제고에 이어 이달에는 처음으로 국내에서도 경구용 치료제 처방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 지난 2년 코로나19 유행 상황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까지 국내에서 70만509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6452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을 요약해보면 △2020년 2~3월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1차 유행’ △2020년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2차 유행’ △2020년 11월 중순부터 지난해 1월 초중순까지 확진자가 1000명대로 불어난 ‘3차 유행’ △지난해 7월 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확산한 ‘4차 유행’ 등 네 차례로 구분할 수 있다.


지난해 2월26일부터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집단면역’이 형성돼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효과로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11월1일 방역체계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백신 효과는 예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감염 취약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며 지난달 중순 일일 확진자 수가 8000명에 육박하고, 위중증 환자는 약 1000명 발생했다. 정부는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폭증으로 의료체계 붕괴까지 우려되자 일상회복을 시작한 지 불과 47일 만인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와 3차접종이 진행되며 코로나19 확진자는 4000명대로 떨어졌으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번 주말께 오미크론이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넘으면 ‘5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보고 방역 체계를 ‘대응 단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 커지는 공존의 가능성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일각에선 오미크론 확산 위기를 잘 넘기면 코로나19 유행을 독감 수준으로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해 먹는 치료제 도입과 전파력이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코로나19와의 ‘공존’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에 나선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8일 “치료제 보급이 시작됐고 대응 범위가 더 넓은 백신까지 나온다고 가정하면, 올해 말쯤에는 코로나 역시 독감 수준의 바이러스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오미크론 변이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코로나19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날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고 본다”면서 “당장은 감염자 폭증 사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기 때문에 마스크를 잘 쓰고 가볍게 감염된다면 코로나가 감기처럼 토착화 되는 상황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천 교수는 “경구용 치료제 투여 대상자도 점차 확대해야 한다. 동네 의원 10~20명 정도의 의사들이 함께 당직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되면 재택 관리 시스템도 안정화될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면 오미크론 유행이 한달 정도에서 한달반이 되면 꺾이기 때문에 오미크론을 잘 극복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5~6개월이 지나면 항체가 떨어지면서 감염 예방 효과나 중증·사망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며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를 적절히 사용하면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상황을 낙관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의 공존 시간을 앞당겨줄 치료제로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을까?


◆ 유일한 ‘정식 승인’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우선 미 FDA로부터 정식 승인(Approved)을 받은 치료제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기존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되던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회복기간을 기존 15일에서 11일로 단축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사망 예방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미 FDA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산소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를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또한 2020년 8월에는 위중증 환자를 제외한 모든 입원환자(5일 치료 효과 확인 후)를 대상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했고 두 달 뒤인 10월에는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했다.

한편 지난 12월에 국제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백신 미접종 확진자(3일 투여)의 입원 가능성을 87% 감소시켰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강력한 저항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팍스로비드’
높은 복약 순응도와 편리한 접근성으로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들도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다.

우선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기존에 독감에 대해 적응증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10월에 임상 2/3상시험을 통해 효과성을 입증했다. 고위험 외래환자 1433명에 대해 입원 및 사망 위험을 50% 가량 낮춘 것.

이 같은 결과로 인해 지난해 11월 영국이 세계 최초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고 미 FDA는 12월에 몸무게 40kg 이상·12세 이상 환자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렸다. 현재 영국에서 1만여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재택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다음으로는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를 꼽을 수 있다.

팍스로비드는 2000년대 초반에 사스(SARS) 치료제로 개발한 약물을 코로나19에 작용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으며, 주성분인 니르마트렐비르(Nirmatrelvir)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분해효소인 ‘3CLPro’에 강력한 억제 효과를 갖고 있다. 또한 이번 개발을 통해 기존 정맥 주사제 형태에서 경구제로 바뀌었다.

미 FDA는 지난해 12월에 12세 이상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고 국내 식약처는 12세 이상의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경중·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다만,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는 투여가 제한되며 신장이나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환자에게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 변이 바이러스 등장...‘항체치료제 3종’의 운명은?
경증 및 중등증에서 위중증으로의 진행을 막는 리제네론, 릴리, GSK의 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등장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미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상태다.

먼저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리젠코브’는 재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증상 발현과 감염 위험성을 81% 가량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지며 12월 들어 일선 병원에서 사용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일라이 릴리의 항체치료제(밥라니비맙·에테세비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릴리의 치료제는 96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칵테일 요법을 시행한 결과 감염 위험을 80% 가량 낮추는 효과성을 보여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고위험군 및 백신 미접종 환자에게 투여가 권장됐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중화활성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용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만 GSK의 단클론항체 치료제 ‘소트로비맙’은 상황이 달랐다.

소트로비맙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부착돼 바이러스가 체내 세포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적인 작용기전을 갖고 있어 오히려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에 소트로비맙 30만 도즈를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 토종 치료제, 렉키로나주 ‘선방’
아직 FDA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국내 식약처와 유럽 EMA에서 정식 허가 받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도 주목할 만하다.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으로의 악화와 임상적 회복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효과성도 입증됐고, 이상사례 발생빈도나 증상과 같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위약군과 유사해 전반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다.

현재 렉키로나주는 국내에서 지역별 거점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생활치료센터와 요양병원 등에서도 처방이 이뤄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약 3만명에 달하는 환자에게 투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사용하면 산소치료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으로의 진행률을 감소시켜 입원 비율이 줄어들게 된다”라며 “이를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완화되고 전반적인 의료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낸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치료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잇따른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코로나19 백신 효능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까닭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변이를 거듭하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는 형태의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신 인류가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관리 가능하도록 위험성을 낮추는 ‘공존’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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