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별 공통] 대한의사협회가 바라보는 원격진료...3가지 플랜 제시

-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기 보단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 원격진료 대응에 나서
- 의료인 간 원격협진, 의사-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총 3단계로 나눠 각 상황에 맞게 대처

그동안 원격진료에 대해 원론적인 반대 입장만을 내놓던 대한의사협회. 그러나 최근 의협 내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의 입장에서 선회해 원격진료의 미래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며 각 상황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공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여러 상황에 맞는 플랜을 마련하여 향후 원격의료 관련 정책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은 대한심장학회 스마트헬스연구회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현재 의협에서 고려하고 있는 원격의료 플랜들을 설명했다.

원칙적으로는 의협은 원격의료에 반대 입장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기 보단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의협은 원격 진료에 진입하기에 앞서 원격 모니터링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의협 주도의 표준화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원격의료를 ①의료인 간 원격협진 ②의사-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 ③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총 3단계로 나눠 각 상황에 맞게 대처도록 했다

◆ 플랜A, 의료인 간 원격협진에 국한
플랜A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 현실화를 위해 원격협진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5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협약을 맺은 권역 내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기관 간 원격협진이 이뤄지는 ‘의료기관 간 응급원격협진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당시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협진망과 사회보장정보원의 디지털의료정보시스템 등 이용망을 이용해 시범사업이 진행됐으며 불필요한 이송이 17.7% 감소하고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9년 12월에 시범사업을 평가, 이에 따라 2020년 8월부턴 원격 협진 수가도 적용되고 있다. 원격 협진 수가는 요양기관별 환자당 1일 1회에 한정돼 환자 본인 부담금은 없다.

원격협진 진찰료-의뢰료의 경우 원격협진 자문을 의뢰한 의료기관이 청구하고 환자에 대한 영상정보가 제공된 경우 가산된다. 원격협진 진찰료-자문료는 원격협진 자문을 제공한 의료기관에서 청구한다.

문 실장은 “원격협진은 시범사업 기간 동안 긍정적인 효과가 꽤 있었다. 하지만 응급분야에만 쓸 수 있어 의료이용망이 한정돼 있고 이 때문에 대중화가 안 됐다”며 “또 수가가 책정돼 있지만 의뢰 의료기관과 자문 의료기관 양쪽 모두가 청구해야 하고, 환자 당 1일 1회로 횟수가 정해져 있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원격협진 활용 횟수는 적어도 이를 시행한 의료진들의 만족도가 큰 만큼 원격협진을 좀 더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의협의 생각이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헬스케어 인식 수요조사 결과에서도 의료인의 원격협진 활용 경험은 14.3%로 적지만, 만족도는 53.5%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실장은 “의협 주도 하에 응급분야로 한정된 이용망을 확장시키고 의료인들이 인터페이스 등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 과제”라며 “병원별로 EMR 체계와 환자 스크립트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정보 표준화 사업이 필요하고, 일차의료기관들끼리 서로 원격협진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 플랜B, 의사-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에 국한
'플랫B'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됐을 때 의사-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에 국한해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원격의료 허용을 위해 의정협의가 선행돼야 하며, 원격모니터링의 의학적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 검증을 위해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시범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문 실장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첫 1년차엔 6개월 동안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지표를 개발하고 나머지 6개월은 모형 개발과 기술적 안전성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이후 2년차부턴 시범사업을 1년 6개월 동안 실시해 나머지 3년차엔 시범사업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문 실장은 “원격모니터링은 환자 건강관리 수단으로 일차의료기관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 대상자는 의원급 만성질환 재진환자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원격모니터링 참여의료기관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같은 지역 내에서만 이뤄지도록 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격모니터링 수가 개발 등을 요구했다.

◆ 플랜C, 원격 모니터링을 넘어 의사-환자 간 원격 진료가 전면 허용
'플랜C'는 원격 모니터링을 넘어 의사-환자 간 원격 진료가 전면 허용됐을 때를 감안해 기획된 시나리오다.

의협은 구체적으로 의료전달체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종별 간 시행 제한을 두고, 일차의료기관에서만 원격진료가 가능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원격협진만 허용하는 식이다. 반면 공공 의료기관은 공공의료기관과 의료희소지역 간 원격 진료가 모두 허용된다.

문 실장은 "플랜C 역시 의협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고 책임 소재 관련 법 개정도 해결돼야 할 과제"라며 "우선 우리나라에선 원격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 보단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통해 먼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자유방임형 의료이용체계에서 행정구역에 따른 진료권을 재설정하지 않고 원격진료를 시행한다면 의료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며 “특히 원격의료에서 제일 위험한 게 바로 전화처방이다. 전화처방 대신 화상진료만 하는 게 맞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원격의료체계를 분리하고 원격 진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 리스트는 최소한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원격 진료 역시 의협 주도의 표준화된 플랫폼 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 실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회원들의 반대 기조가 훨씬 많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일”이라며 “의학적 안전성, 임상적 유효성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원격의료 도입에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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