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산의료기기...제도·유통구조 개선·실질적 보상 등 지원책 절실

- 의료기기 관련 법령이나 규정이 제대로 안돼 있어 비효율적인 유통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 영업을 대부분 대리점에 맡기고 있는데, 비전문적인 대리점 직원이 영업을 하다 보니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병원이 선택하지 않는 문제점 발생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유철욱 회장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저조한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유 회장은 먼저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 자체가 인구나 의료수준 등에 비해서도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국산 의료기기의 낮은 시장 점유율을 꼽았다. 국산 의료기기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는 40% 정도지만 대학병원급으로 올라가면 점유율이 10%대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수 시장이 작고 대학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이 적다보니 관련 임상 실적이 쌓이지 않고, 이는 곧 기업들이 해외 수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

다.


◆ 비효율적 유통문제 관련 법 규정 시급
유 회장은 지난 1년여간 국산의료기기 산업 현실을 더욱 체감했다며, 이를 위한 원인 분석과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의료기기 관련 법령이나 규정이 제대로 안돼 있으니 비효율적인 유통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임기 시작 당시 강력히 내걸었던 '의료기기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공급내역보고 제도 관련 개선 방안 마련, 간납사 공급보고업무 전가행위 금지 등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의했지만 여전히 실질적 개선은 더딘 상황"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의약분업 당시 의료기기 시장은 작고 관심이 적어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며 "그 결과 현재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유통 관리에 대한 명확한 시스템이 없이 병원과 공급사 사이에 병원 업무를 대행하는 간납사가 주축이 되고 통행세식으로 마진을 챙기거나 제품을 출하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등의 횡포를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의약품은 약사법 아래 돈을 제대로 받고 있지만 의료기기는 담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번 진단키트 경우에도 의료기기 판매업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유통 기회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마케팅 역량을 끌어 올려야
협회는 대학병원들이 국산 의료기기를 외면하는 이유로 마케팅 역량 부족을 꼽았다. 유 회장은 “병원계와 얘기를 나눠본 결과, 판촉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 80%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대리점에 맡기고 있는데, 비전문적인 대리점 직원이 영업을 하다 보니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병원이 선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직원들이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제공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마케팅을 대리점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애초에 제품의 장점이 제대로 소개될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리점은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의사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성, 안전성, 사후관리에 대한 설명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국산 의료기기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결국 마케팅을 하는 대리점들의 대한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협회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연장선상에서 국내 학회들이 학술대회를 진행할 시 협회 차원에서 별도로 국산 의료기기 부스를 세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대학병원 의사들이 국산의료기기를 직접 보고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 국민들의 인식 제고 필요
또 다른 문제점으로 대학병원이 마케팅 측면에서 외국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도 짚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해외기업의 제품을 사용해야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 국산 제품의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유관기관 및 병원협회 등과 만나 논의하고 있는데 일단 국산 의료기기 사용이 활성화 될 수 있게 국민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평가항목에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율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유통전문대리점 육성

이에 유 회장은 의료기기 내수시장 활성화와 대리점의 유통 거품 제거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유통안전관리가 가능한 대형 유통전문대리점 육성을 꼽았다.
그는 "여기서 협회는 대형 유통전문대리점 관련 교육을 담당해 전문성을 높이고, 공급사와 대리점이 단체 협약 등을 통해 상한율을 설정하면서 유통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치료재료는 대부분이 급여품목이지만 관리료가 없어 병원이나 대리점 측에서 급여보다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에 따라 공급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는 의료기기 급여품목 실거래가 5%를 관리료로 산정해 병원에 급여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

이날 간담회에서 유 회장은 유통구조 개선에 강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간납사 문제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인 거래, 대금결제기한 미준수, 공급내역 보고 의무 전가 등 간납사 불공정행위가 빈번해 이를 금지하고 관리하는 법 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유통구조위원회를 통해 건의서를 제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개선의견을 피력하고,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한 근거지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기 유통질서를 확립해가겠다"며 "법적인 부분은 국회와 정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간납사와 관련 뿌리를 뽑겠다고 말한 만큼 올해는 답이 나올 것으로 본다. 협회에서 마련한 유통구조 개선안 보고서가 최종 검토를 마친 만큼 이제는 어떻게 활동하냐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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