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확산에 소아응급의료체계 비상...진료협력시스템·유휴 간호인력 활용해야

- 단순 발열만으로 불안해하는 보호자들의 응급실 방문이 늘면서, 정말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응급실에 진입하지 못해 상태가 더 악화되는 상황 발생
- 소아과 전문의를 잘 활용해 진료 시스템을 구축...다른 부서로 전근 또는 은퇴한 유휴 간호사를 활용해 의료 인력을 확보해야

오미크론의 대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소아 확진자도 전체의 25%를 넘게 차지하면서 소아응급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에 처한 소아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간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휴 간호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에 나섰다.


소아 확진자자 현황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21일 KMA-TV 스튜디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류정민 부회장(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이지숙 수련이사(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 위기의 소아 코로나 확진 현황
이날 좌담회에서 이지숙 교수는 “최근 영유아들의 사망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발열만으로도 응급실로 전화 문의가 빗발쳐 진료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단순 발열만으로 불안해하는 보호자들의 응급실 방문이 늘며 정말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이 응급실에 진입하지 못해 문 앞에서 상태가 더 악화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류정민 교수는 “증상이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기 때문에, 이전에 건강하던 소아환자이고 상태를 잘 지켜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재택치료가 원칙”이라며, “다만, 영아의 경우 고열만으로도 수유가 안 되고 탈수로 컨디션이 악화될 수 있어 의료진의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에서 재택치료를 위한 대면진료 의료기관 지정 및 소아 거점병원 지정 상담번호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프라의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확진 소아가 이상반응 시 보호자의 주의사항

이에 대해 류민석 교수는 “발열시 약 8시간 동안 두 차례 해열제를 먹여 경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 해열제 복용 후 체온 자체는 정상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계속해서 기운이 없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고 호흡곤란, 크룹(급성 폐쇄성 후두염), 심근염,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119에 연락하고, 연락이 잘 안될 경우에는 가까운 응급실, 가능하다면 소아전문응급센터나 소아과, 아동병원 등을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발열 시 수액을 맞아야 한다는 풍문에 대해 이지숙 교수는 ‘근거 없는 맹신’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탈수가 심하거나 쇼크 증후가 있는 환자라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액을 놓기 위한 정맥로 확보라는 술기 자체가 어렵고, 자칫 소아환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선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호자들이 해열제 주사 처방을 많이 요구하는데, 연구결과 경구용 해열제보다 조금 빠르게 열이 내릴 수 있으나 다시 체온이 오르는 시기는 비슷하다”라며 수액과 해열제 주사는 감염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경구섭취와 수분섭취, 요량유지 등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소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하여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5~11세 소아의 백신접종에 대해 류정민 교수는 “소아의 경우 중증화율은 약 0.005% 그리고 치명률은 0.01% 정도로 굉장히 낮은 상태고,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시작돼서 건강한 아이들에게서 백신 접종의 이득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라면서, “중증화 위험이 높은 면역저하자나 만성질환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는 소아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 정부 지원이 시급한 소아 응급의료체계
최근 증가하고 있는 소아 환자 사망의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미흡한 소아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지숙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22년 이전에는 소아 코로나 감염 환자가 적어 응급실 소아 환자의 수가 급감했고 코로나19 정책들이 성인 환자 위주로 추진되면서 소아 응급실 의료진이 성인 환자를 담당하거나 소아 응급실의 병상을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이 되면서 오미크론 변이로 소아환자가 급격히 늘었으나 현장에서 격리 침상이나 소아전문인력이 준비된 응급센터가 많지 않아 제때 응급실 처치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류정민 교수는 “소아 응급의료 체계는 곧 소아 응급 의료인력과 같은 말”이라며, “소아를 진료할 의사와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렵고 소아 중환자의 전문의 역시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숙 교수는 “성인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의 경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술들이 체구가 작은 소아에게는 익숙치 않아 어렵기 때문에 다른과 의료인의 지원을 받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소아 진료의 경우 행여나 소송에 휘말릴 경우 기대여명이 길어 보상책임도 크기 때문에 의사 뿐만이 아닌 간호인력까지 모두가 기피하는 환자군이 됐다”며 “이로 인해 소아 진료 인력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소아 응급 및 중환자에 대한 경험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 역시 수익 모델이 되지 않아 인력이나 장비 등의 지원이 소극적이어서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소아 응급 의료 개선 방안은

류정민 교수는 “단기간 내 소아 응급 의료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 진료 의료기관이나 거점 병원 지정과 같이 전국의 개원가, 봉직의, 아동병원 등 소아과 전문의를 잘 활용해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간호인력의 경우 소아 진료 경험이 있으나 다른 부서로 전근 또는 은퇴한 유휴 간호사를 활용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진료 자체가 어렵고 힘든 소아 응급의 경우 야간과 심야 근무 또한 많아 다들 기피하고 있다. 여기에 충분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장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와 사회에 바라는 점은?
이지숙 교수는 “모두가 기피하는 소아 진료와 야간 및 심야 진료 이 두 개가 합쳐진 것이 바로 소아 응급이다. 지금까지는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의학과 의사가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며 “하지만 빠르면 향후 1, 2년 이내 소아 중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응급센터가 없어져 아이를 치료하지 못해 사망률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감소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즉각적으로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아응급센터를 지역별로 설치하고 절대로 수익모델이 될 수 없는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적극적으로 충분한 인력과 시설 등을 지원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류정민 교수는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곧 모두가 행복한 사회다.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아 응급 의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수 년 내에 소아 응급의료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모든 아이들이 원활히 진료받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소아응급센터가 잘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가 아플지 누가 중증 질환일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상황을 위한 것이 응급실이다. 환자가 적다고 줄이고 환자가 많다고 늘리는 고무줄 같은 정책이 아닌 아이들 중에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도록 탄탄하게 기초부터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앞으로 소아응급에 대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 아이들을 진료할 수 있는 의료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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