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가 모든 문제 원인...기형적 수술료·행위료 정상화 촉구

-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과계 수가’ 인상이 절실하다고 강조
-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의원들의 과잉진료·처방이나 입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동차보험’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

정형외과의사회는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정형외과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외과계 행위·수술료에 대한 수가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한의계의 교통사고 환자 과잉진료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기의 정형외과...코로나, 수술실 CCTV 법안 등 악재 겹쳐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는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환자들은 매년 10~20% 감소하고 있는데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태연 회장은 “코로나19로 일부 진료과들이 타격을 입을 때 정형외과는 검사와 수술 위주이다 보니 여파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며 “재택치료나 신속항원 검사 등 코로나 관련 진료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으로 의료진 감염이 늘어나는 어려움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즉 최근 들어 정부가 코로나 관련 진료에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형외과의 경우 코로나19 진료와 별로 관련이 없다 보니 투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정형외과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과가 돼 의사들 자부심도 낮아졌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제와 겹쳐 전임의·펠로우까지 마친 후배들이 내과를 개원하겠다고 떠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 외과계 수가 인상 절실
이에 의사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과계 수가’ 인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내과계열 검사 비용은 비교적 많이 회복된 반면, 외과계는 처치·수술 등 환자에 대한 행위료가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에서도 정형외과는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과로 분류돼 있다”며 “최근 대학병원 교수들이 개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정형외과가 자부심은 물론, 수익성이 떨어지는 과로 전락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정형외과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지만, 이마저도 올해 3월부터 MRI 등의 급여화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외과를 ‘목수’라고 말하는데, 행위에 따라 수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근본적으로 외과계 수술·처치 수가가 낮아 모든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과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전망도 어둡다보니 결국 외과가 지원율이 떨어지는 ‘기피과’로 전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적인 급여 항목만 남기고 비급여를 없앤다면 전체 의료기관의 10%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급여 항목에 대한 수가만 보장돼 있다면 의료계도 비급여를 없애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정형외과의 미래를 위해선 수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의원들의 과잉진료·처방이나 입원 등 문제점

이와 함께 의사회는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의원들의 과잉진료·처방이나 입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동차보험’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회장은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에서는 한의원의 1인실 입원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에 ‘한의원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현재 분쟁심의위원회에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성찬 보험이사는 “환자들이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보고 여기서 (경상이기에) 입원을 안 시켜주니 한의원으로 간다”며 “이런 구조도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병실 등급에 따라 30~100% 환자부담)과 달리 병실 등급과 관계없이 입원료를 보험에서 전액 지급하고 있다. 이를 악용해 한의원들이 1인실 병실을 설치해 운영하다보니 병실 입원료 지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병상 수가 10개 미만인 의원은 1인실을 운영하는데 아무런 규제가 없는데, 일부 한의원이 1인실을 만들어 환자를 입원시키고 첩약을 처방해 진료비를 부풀려 보상금을 받고 있다”며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의원의 1인실 입원 문제에 대해 한의사들조차 이미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10년 전, 정부가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한 입원기준을 많이 두고 경증이나 염좌 환자에 대해서 입원을 금지했을 때 정형외과에서는 경상·염좌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입원실을 갖춘 곳이 거의 없다”며 “반면 교통사고 환자들이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은 뒤 한의원을 찾아 1~2주 입원해 진료는 물론 첩약까지 받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그 결과 한의원 1인실 입원으로 지급된 비용이 350억원에 이르는 반면, 의원급은 20억원, 상급종합병원은 10억원도 안 된다”며 “자동차보험료 낭비에 대해 보험업계와 의협, 한의계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의과의 상급병실료는 2019년 약 52억원에서 2020년 약 49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환자의 한의원 상급병실료는 지난 2019년 평균 약 8억원에서 2020년 약 55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이제오 기획부회장은 수술만으로도 병원 운영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학술대회에서 만난 어떤 회원이 수술을 많이 하는데, 병원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급여권 수술만 열심히 하고 비급여를 전혀 하지 않은 회원이었다. 수술을 열심히 해도, 인근 한의원 등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면 수술을 한 의사보다 더 많은 치료비를 받는다고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수술만으로도 병원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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