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맡길 데도 마땅치 않아
- 양육비 부담 탓에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출생부터 18세까지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 부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우리나라가 지목됐다. 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국가라는 의미인데, 주요 원인으로는 교육비·보육비 등이 꼽히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4월 9일(현지 시간)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금융그룹이 베이징의 유와인구연구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출생 후 18세까지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이 1인당 GDP의 7.79배(2013년 기준)로 14개 분석 대상국 중 가장 높다고 전했는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3억원 수준이다. 이어 중국이 6.9배를 기록했고, 영국(5.25배), 일본(4.26배), 미국(4.11배), 독일(3.64배) 등의 순이었다. JEF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싱크탱크 유와인구연구소가 내놓은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반면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1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은 가계의 수입 중 소비와 저축 등으로 쓸 수 있는 소득이다. 다만 중국은 절대 금액만 놓고 보면 양육비가 가장 적게 드는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액수가 크지 않지만, 버는 소득에 비해 양육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JEF는 한국과 중국의 양육비 부담이 큰 이유를 높은 교육ㆍ보육비, 낮은 보육 활용 가능성에서 찾았다. 양육비는 주거비와 교육비, 식비, 의료비, 의복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에서는 학원 등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은 데다 꾸준히 상승하는 부동산값 등이 양육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맡길 데도 마땅치 않은 상황도 양육비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JEF는 중국의 경우 아이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약 7만5,000달러(9,210만 원)가 든다고 소개했다.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여기에 추가로 2만2,000달러가 더 든다. 대학 교육비만 놓고 보면 학비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미국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자녀가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고 추후 갚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중국은 부모가 이를 떠안아 양육비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JEF는 설명했다.
양육비 부담 탓에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CNN은 “서양 국가 부부는 2, 3명의 자녀를 원하지만 동양 부부는 그 숫자가 더 적다”며 “지금도 중국인 부부는 높은 양육비 때문에 한 명 이상의 자녀를 갖기 꺼린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의 혼인 건수 역시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2020년 기준 0.84명으로 이미 전 세계 최저를 기록했는데, 더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JEF는 중국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꺼내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정부는 3세 이하 어린이집을 인구 1000명당 현재 1.8개에서 2025년까지 4.5개로 늘리는 등 한국처럼 방과후 학습 접근 기회를 높이고 있고, 어린이집 확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더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더 적은 소득을 가진 사람들보다 자녀를 적게 낳는 ‘인구통계학과 경제의 역설’을 언급하며 한국과 중국의 출생률 저하와 혼인 감소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출생률과 같은 인구 통계학적 추세는 한 국가의 비즈니스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인구 고령화는 노동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사회 보장과 공적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 시스템에 어려움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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