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시켰는데’ 문 앞에 오배송된 음식, 내가 치워라?

- 배민, 오배송 음식 회수 책임 없다 주장... 건드리면 점유이탈물횡령, 방치하면 음식물 쓰레기
- 법조계 “플랫폼에 사회적·법적 책임 부과 논의 필요”

지난주 퇴근을 한 A씨는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문 앞에 배달시키지 않은 음식이 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음식에 배달의민족(배민) 영수증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고객센터에 연락해 음식을 회수해갈 것을 요청하자 배민 측은 “자사는 중개 플랫폼일 뿐 오배송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이를 거절했다.



해당 음식을 섣불리 건드렸다가 변상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A씨는 그대로 음식을 뒀고, 다음날이 되도록 음식을 회수해 가는 곳은 없었다. 결국 더운 날씨 탓에 벌레가 꼬이기 시작했고, A씨는 이를 폐기해야 했다.

A씨는 배민 측에 음식 회수를 요청할 당시 음식을 잘못 주문한 사람이나 잘못 배송한 배달기사에게 음식을 회수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주문자 정보 및 배송기사 정보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배민 측인 이 역시도 “회원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으며, 해당 가게에 회수 요청을 해보겠다”고 거절했다.

A씨는 “정작 음식을 잘못 배송시키거나, 오배송한 배달기사, 이를 중개한 배민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음식이 도착한 곳에 사는 나와 음식을 만든 자영업자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다소 황당했다”고 전했다.

8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직접 라이더를 고용해 배달하고 있는 배민1 서비스의 경우에는 배달거리 4km 미만인 경우에는 오배송을 직접 회수하고 있지만 가게와 소비자를 중개해주고 있는 ‘일반 배민 서비스’의 경우에는 오배송을 책임지지 않는다. 배달 라이더가 주소를 잘못보고 오배송한 경우 라이더에게 배달료를 지급하지 않지만, 해당 오배송 음식의 회수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다.

아울러 주문자가 주소를 잘못 적은 경우에도 배민 측에서 회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잘못 배달된 음식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음식을 마냥 바로 처리하기도 어렵다. 본인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음식을 수령, 반환하지 않으면 형법상으로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징역 1년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 300만 원 이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때문에 음식을 오배송 받더라도 해당 음식을 곧바로 처리하기는 어렵고, 대부분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해 음식 회수를 요청하지만, 고객센터 측은 임의처리가 어려우며 주소 오기재나 오배송의 경우 배민의 귀책이 아니라는 점만 강조하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더운 날씨로 쉽게 상하고 변질된 오배송 음식을 처리해야 하는 것을 엄한 오배송을 받은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배민 측이 주소 오기재로 발생한 오배송임에도 자영업자 측에도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자영업자는 “오배송을 문자게 발생했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의 리뷰를 남기는 등의 방식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배민 측은 우리를 전혀 보호해 주지 않으니 라이더나 주문자 잘못이어도 가게에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 중개 플랫폼 업체에도 사회적·법적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변호사는 “배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계약이고, 단순히 중개만하고 있으니 주체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는 논리”라며 “하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에 법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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