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총리의 권한 강화로 제왕적 대통령제 막아야…책임총리제를 검토해 볼 때

-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의 조각이 한창이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대표적인 자리가 국무총리이다. 국무총리제도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의 국무총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제도이므로, 대통령중심제를 취하고 있는 한국헌법사에서 독특한 제도이다. 하지만 현행 헌법상 우리나라의 국무총리는 의원내각제에서의 집행권의 수장이 아니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집행권의 제2인자에 불과하다.



◆ 전통적 국무총리관에 새로운 재해석 필요

그간 대통령중심제적 경향에 따라 국무총리는 대통령에 종속된 지위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전통적 국무총리관의 새로운 재해석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국무총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신임뿐만 아니라 국회 다수파의 신임이 있어야 한다. 즉 국무총리는 헌법상 국민적 정당성의 두 축인 대통령과 국회로부터의 이중의 신임에 기초한다. 또한 국무총리는 재임 중에도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는 국회의 국무총리 해임 건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국무총리는 단순히 대통령의 신임에만 의탁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책임총리로서의 권한보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는 또한 대통령 유고시 헌법상 제1순위 대통령권한대행자로서의 정당성을 받쳐줄 것이며,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은 단순히 집행권의 제2인자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의 권한대행이 되는데, 이는 국회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나마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여 경제나 사회 등 국내 정책에 관한 부분을 전담할 수도 있다. 이때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 등을 담당하여 국무총리와 권한 및 업무를 분담하는 분권형태로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국무총리는 집행권의 제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지위에서 국무회의의 부의장이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국무위원과 행정 각부의 장의 임명제청권, 국무위원의 해임건의권을 가지며, 대통령의 모든 국법상 행위를 부서(副署)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반 국민들은 국무총리를 대독총리, 투명총리, 들러리총리로 여기는 등 그 역할 및 기능에 대해 과소평가하여 인식하는 부분이 크다. 실제로 대통령과 국회다수파는 항시 불일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직의 여야교체, 국회다수파의 여야교체에 따라 국무총리의 지위와 위상은 달라질 위치에 처해 있다.


◆ 책임총리제를 검토해 볼 시기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통령제는 순수한 대통령제도 아니므로,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할 수 있는 국무총리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헌법상의 국무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만 해도 대통령의 제왕적 전횡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무총리의 위상을 강화하는 한 방안으로 책임총리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책임총리제란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도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로서 국무총리가 헌법에 명시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크게는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국무총리에게 분산하는 것으로 총리가 행정에 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있다.


 사이에서는 국무총리를 1인지하 만인지상의 대단한 지위로 표현하는가 하면, 대독총리, 투명총리, 들러리총리 등의 비아냥도 있다. 현행 헌법상의 국무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만 해도 대통령의 제왕적 전횡을 일부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의 임명제청 및 해임건의를 할 수 있다. 행정각부의 장 역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국무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현행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행정부 역시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조직되며 국무총리는 이를 받아들이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국무총리가 헌법에서 규정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진정한 책임총리제는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므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국무총리의 의지대로 행하며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제안하는 인물을 수용해야 된다. 즉 헌법상 국무총리의 권한에 관한 해석은 국무총리의 권한 강화라는 방향에서 적극적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국무총리의 임명제청권은 대통령의 인사전횡을 방지하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국무총리의 임명제청이 결여된 대통령의 임명행위는 무효로 보아야 한다.

만약 유효로 본다면 이는 대통령중심제적인 헌법현실에 집착한 견해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력분점이 현실화되면 이러한 해석은 헌법규범의 정확한 자리매김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규정상 명백한 부분은 헌법규범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헌법상 권력구조를 지나치게 대통령중심제적인 현실에 집착한 해석은 국무총리의 헌법상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려면 대통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헌법에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권한을 이양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법적으로 국무총리의 권한과 역할이 모호한 데다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만큼,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책임총리제는 사실상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또한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는 정부기관이 대통령직속으로 설치되는 것은 헌법상 국무총리제도나 국무위원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그 설치에는 자유민주적 통치구조의 기본이념과 원리에 부합되어야 하고, 법적 기반하에 설치·운영되어야 하고, 권한의 남용이나 악용이 최대한 억제되도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통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 총리 권한 강화로 민주주의 발전 도모
권력의 민주화가 현안문제로 등장하고 권력분점론의 형태로 논의된다. 현행 헌법에서 국무총리제도는 대통령과 국회 간에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갈등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국무총리의 헌법상 지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해야 헌법현실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을 무리없이 해결할 수 있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분점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지배구조의 견제와 균형원리를 집행기관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여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주권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인사를 계기로 책임총리제를 통한 제왕적 대통령의 전횡과 독선을 막고, 이러한 행정부의 분권이 사법부(대법원과 헌법재판소)와 입법부(상하양원제)의 분권을 견인하는 동인으로 기능하기를 희망한다.


◆ 정용상 교수는?

2017. 1. - 2018. 12.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2017. 2. - 2019. 2. 민화협 공동의장
2015. 1. - 2017. 1. 한국법학원 부원장(2011.1-2013.1)
2012. 9. - 2018. 9.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2011. 1. - 2019. 2.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대표
2009. 2. - 2011. 3.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2008. 2. - 2011. 2.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 · 법무대학원장
2020.08.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년퇴임
2020.09.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키르기즈스탄 비슈케크 유라시아대 석좌교수

2021.05. '공정과 상식' 상임대표(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지지 전문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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