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의 원격의료 현황 살펴보기...선행 경험 참고하여 상생 구조를 고민해야

- 중국, 핑안굿닥터는 현재 2000여 명의 의료진과 AI 보조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연중무휴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
- 일본, 고령자가 많은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 차원에서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풀고 디지털 헬스산업 육성에 힘을 실고 있는 중

최근 의료계의 분위기 변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원격의료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29일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창립 1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원격의료 현황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셰궈퉁 박사는 “정부의 육성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온라인 약국와 원격진료 분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핑안굿닥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사업 규모가 3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연결한 ‘O2O’ 마케팅을 접목해 의료 서비스 사업을 계속해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 중국의 원격의료 현황
핑안굿닥터는 중국 최대 민영 보험사인 핑안보험이 설립한 헬스케어 자회사로, 현재 2000여 명의 의료진과 AI 보조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연중무휴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핑안굿닥터는 건강관리, 비대면 진료, 온라인 약국, 1분 클리닉(One-minute Clinic) 등의 4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히 공중전화 부스와 자판기를 합쳐놓은 듯한 형태의 1분 클리닉은 핑안 굿닥터만의 특색있는 서비스다. 환자는 부스 안으로 들어가 비대면 진료를 받게 되며, 진료가 끝난 후에는 부스 밖으로 나와 약품 자판기에서 처방받은 약을 구입하게 된다.

제휴한 약국은 16만 3000여 곳에 달한다. 지난해 말까지 핑안굿닥터에 등록된 이용자 수는 4억 2000만 명. 누적 상담 건수는 12억 7000만 건을 돌파하며 중국 내 선두 자리를 지켰다. 누적 유료 서비스 이용자 수는 3800만 명에 달한다. 핑안굿닥터를 경험해 본 고객들 4명 중 1명은 유료 서비스를 사용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셰궈퉁 박사는 핑안 굿닥터에서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비대면 진료 건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위 5개 과목은 ▲산부인과(19.2%) ▲피부과(17%) ▲소아과(14.4%) ▲일반 내과(14.4%) ▲비뇨의학과(6.5%) 등으로 이들 5개 과목을 합한 비율은 70%가 넘었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은 주로 경증 질환에 대해 원격진료를 요청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비대면 진료 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일반 상담, 생활 습관 등 특정 질환과 무관한 상담(20%)이었다.

이처럼 중국은 일찌감치 2014년도에 원격진료에 대한 개념을 수립하고 2015년에는 중국 환자와 미국 의료진 간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2016년에는 병원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가 감염 확산과 인구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인터넷 기반 의료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 일본의 원격의료 현황
도쿄대병원 마사오미 난가쿠 교수는 일본의 원격의료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 차원에서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풀고 디지털 헬스산업 육성에 힘을 실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원격의료 대상을 재진에서 초진으로 확대했다. 이에 네이버 관계사인 네이버 라인은 2020년부터 일본 원격의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현지에서 ‘라인 닥터’ 서비스를 출시한 후 영상통화로 비대면 진료부터 진료비 결제까지 종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자체의 원격의료 진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및 기업의 전향적 입장과 의료계의 주체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이용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비대면 진료료를 산정한 의료기관 수를 통해 이용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팬데믹 전이던 지난 2019년 10월 의료기관 중 비대면 진료 재진료를 산정한 곳은 2만7128곳이었는데 코로나로 초진까지 허용된 이후인 2020년 5월에는 총 5만7274곳(재진료 5만1765곳∙초진료 5518곳)으로 두 배 이상 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비대면 진료비 산정 기관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같은 해 9월에는 4만4318곳(초진 2877곳·재진 4만1441곳)으로 쪼그라들었다.

마사오미 교수는 이처럼 일본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대면 진료 대비 낮은 수가”라고 지적했다.


◆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현황
이와 같이 중국과 일본이 원격의료 분야에서 속도를 내는 동안 ‘정보기술(I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한참 뒤처져 있다. 이제서야 원격의료 법제화를 향한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1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내 대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인 닥터나우 사옥을 찾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상시 허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도 박현애 한국원격의료학회 회장은 “어느 때보다 원격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시점”이라며 “일본과 중국의 선행 경험을 참고하고 그동안 경험한 원격의료 사례를 학문, 공공의료 정책, 산업 등 다양한 시각으로 짚어보면서 국내 원격의료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상생 구조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의 빗장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2020년 2월 이후 2022년 3월까지 누적 443만여 명의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전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택트 서비스 소비자 수요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8.3%는 ‘원격의료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잠재 수요가 매우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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