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공사비도 증폭
- 조합원 이주비 등을 분양가 상한제 산정 항목 가운데 '가산비'에 반영하도록 기준을 확대하거나, 최근 원자재값 급등을 반영해 건축비를 인상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
서울 아파트 재건축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사태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지역. 공사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총 공급물량 1만2000가구로 재건축하는 둔촌주공은 현재 시행사인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싸우다가 지난 4월 15일 후 40일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특히 공사비 지급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손을 뗀 시공사업단은 다음달부터는 주요 장비인 타워크레인(57대)까지 철거하기로 결정하며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8월 예정이었던 이 아파트 완공 시기는 내후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피해는 날이 갈수록 증가 추세다.
◆ 사건개요
둔촌주공 조합 집행부는 2019년 12월 총회를 열어 3.3㎡당 일반분양가를 3500만원 이상으로 산정하고, 5600억원이 인상된 공사계약 변경을 의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합과 시공단은 2020년 6월 계약에 나선다.
하지만 한달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상한제를 근거로 3.3㎡당 분양가를 2978만원에 승인하며 전임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고 새 집행부가 선출됐고, 새 집행부는 인상된 공사계약 무효 소송에 나섰다. 이후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한달 넘게 공사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현 조합은 증액 계약 체결 직후 조합장이 해임됐다는 점을 근거로 증액 계약서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공사업단은 증액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가 중단되며 교착상태에 빠진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오는 8월 만기가 돌아오는 7000억원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금융사가 부동산에 대한 압류 및 경매신청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목소리로 경매가 진행된다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유찰이 반복된 뒤 토지가 시공단에 헐값에 넘어갈 확률이 크다고 지적한다. 1군 건설사가 즐비한 시공사가 공사하던 현장을 섣불리 들어갈 사업자가 없다는 것이다.
◆ 분쟁의 원인은?
전문가들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태를 촉발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를 꼽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 등을 산정해 주변 시세의 70∼80%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참여정부 때 본격적으로 시행하다가 2015년 사실상 폐지 절차에 들어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널뛰기 분양가를 억제하려는 측면에서 도입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도심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반론이 일었다.
이번 사태 역시 정부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공사비도 증폭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2019년 12월 조합원 총회를 열고 일반분양가를 3.3㎡(평)당 355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당시 고분양가 통제를 맡고 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0년 제시한 가격은 평당 2900만원이었다.
이에 둔춘주공 조합은 HUG가 제시한 가격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분양일정을 잡지 않았다. 2900만원에 일반분양할 경우 1인당 조합원 분담금이 약 1억3000만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HUG의 분양가가 시세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반발은 더 컸다. 2019년 초에 분양한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가 3.3㎡당 3770만원에 분양됐고 당시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은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조합에 2020년 6월 24일 공사중단을 예고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고 등 정부 정책이 조합원들이 원하는 일반분양가와 큰 차이가 있으니 받아들이고 일반분양을 진행하라는 공문이었다.
조합은 이후에도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않고 지난해 11월에서야 강동구청에 분양가상한제 심사를 위한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했다. 일반분양가는 택지비에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를 더해 책정된다. 택지비는 단위면적(㎡)당 1864만원이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택지비 확정으로 예상분양가는 3.3㎡당 3000만원 중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강동구 아파트 시세는 그 새 급등해 평당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시세와 차이가 있는 일반분양가로 인해 조합은 분양 시기를 늦추고 사업비를 다른 방식으로 조달하기 위해 가구 수와 상가를 추가하면서 사업도 지연되고 공사비도 늘었다. 조합측은 "2020년 6월 공사비 증액 계약 당시 (시공사업단과)평당 3550만원 적용을 전제조건으로 공사비를 3조2000억원에 책정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둔촌주공 사태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분양가 갈등을 빚었지만 분양을 끝낸 단지들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전략연구소 김주철 연구원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정비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이 되고 둔촌주공 사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배경은 특정업체 선정 강요 등 현실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는 조합과 시공사와의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조합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기다리면서 일반분양을 늦추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조합 측은 "설령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분양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면서 "HUG를 통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와 이번 사태는 큰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 정부의 대책은?...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박차
전문가들은 둔촌주공 사태와 별개로 '분양가상한제'는 개선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값 안정화라는 초기의 취지와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분양가 산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 시기를 당초 알려진 하반기에서 6월로 앞당길 전망이다. 이번 개편은 새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조합에 유리하도록 분양가 산정 방식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분양가상한제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분양가 갈등 여파 등으로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단지의 분양이 대거 지연되면서 공급 감소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정비사업의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가산비 형태로 분양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이주비와 조합 사업비 금융이자 영업보상, 명도소송 비용을 가산비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현행 322개 상한제 대상 지역을 집값이나 정비사업 유무 등을 고려해 일부 가감하는 방식으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누가 봐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가격 요인이 있는데도 인위적으로 누르는 것 때문에 부작용이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에 이주비 등을 반영하고 지나치게 경직된 것은 시장의 움직임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6월 안에 발표하도록 다른 부처들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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