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한방치료 폐해 심각....한의원 과잉진료 억제책 필요

-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진료로 몰리는 이유는 일반 의료기관과 비교해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더 높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 전문가들은 치료비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한방 비급여 등 진료비 관련 제도, 진료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의료기관 경영실적은 둔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방 자동차진료비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과잉진료가 만연해지면서 자보 한방진료 건수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진료비 급증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방 경증환자의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진단서 교부 의무화나 치료기간별 지급 금액 규모를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줄어들면서 의료기관을 방문한 자보 환자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도 한의과는 환자 수는 물론 진료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의과 자보 진료비는 지난해 처음 의과 자보 진료비를 뛰어 넘어 역전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5일 공개한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보 환자 수는 219만8,000명으로 전년(226만6,000명) 대비 2.98% 줄었으나, 자보 진료비는 2조3,916억원으로 전년(2조3,369억원) 대비 2.34% 증가했다.

특히 자보 진료비 상승은 전체 진료분야 중 한의과가 유일했다.

지난해 의과 자보 진료비는 1조787억원으로 코로나19 1년차였던 전년(1조2,496억원) 보다 10.51% 감소한 반면 한의과 자보 진료비는 지난해 1조3,066억원으로 전년(1조1,238억원) 대비 16.26% 증가하며 의과 자보 진료비를 처음으로 뛰어 넘었다.

입내원 일수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의과 입내원 일수는 1,180만일로 전년(1,340만일) 대비 11.98%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한의과의 입내원 일수는 1,395일로 전년(1,311만일) 대비 6.43% 늘었다.

한의과 자보 건당 진료비도 증가 추세다. 지난 2017년 8만421원에서 2018년 8만6,633원, 2019년 9만2,833원, 2020년 10만3,125원, 2021년 11만5,373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방 의료기관 중에서도 한방병원이 한의원보다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방 의료기관 전체 환자 수만 놓고 보면 한의원이 더 많지만, 증가폭은 한방병원이 더 컸다.

지난해 교통사고 치료를 목적으로 한의원에 방문한 환자 수는 89만4,000명으로 전년(88만명) 대비 1.56% 증가에 그쳤다면, 한방병원 환자 수는 지난해 60만2,000명으로 전년(54만6,000명) 대비 10.18%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방 병상과 상급병실료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병상이 있는 한방병‧의원’ 전체 병상은 지난해 3만 1636개로 2016년 2만 899개 대비 5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상급병상은 32.8% 감소했으나 ‘한의원’의 상급병상(3인실 이하 병실)은 165.8%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더 강화됐다. 즉, 올해 상반기만 3264개로 전년 대비 1.7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대비 ‘상급종합병원(-0.5%), 병원(-12.0%), 의원(-5.7%)’의 병상은 감소한 반면, ‘한방병원(50.9%), 한의원(100.3%)’ 병상은 증가했다.



◆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의원에 몰리는 이유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진료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반 의료기관과 비교해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더 높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비 분석 및 규모 추정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 보상 경험이 많아질수록 입원율과 한방진료 이용률이 높아지고 합의금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자료을 보면 2019년 기준 경상환자 155만명 가운데 45만5000명인 29.3%가 과잉 진료를 받았다. 이들의 진료비는 전체 1조원 가운데 6065억원으로 전체의 60%나 차지했다. 특히 이들의 진료비와 진료일수는 다른 환자와 비교해 각각 3.7배, 3.1배 높았다. 사고경험이 없는 환자의 한방진료 이용률은 51.2%에 그쳤지만 사고경험이 5회 이상일 때 한방진료를 이용할 확률은 59.8%로 60%에 육박했다.


경상환자의 경우 회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기한 한정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보험금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이에 보험회사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향후치료비(합의금)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입자는 입원과 한방진료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합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높은 진료비가 많은 합의금과 직결되기 때문인데 1인당 치료비 기준으로 입원 환자는 103만원, 통원 환자는 36만원이고 한방 치료비는 1인당 73만원으로 양방 치료비 27만원의 2.7배 수준이다. 실제로 자동차 사고 보상 경험이 많아질수록 입원률과 한방진료 이용률이 높아지고 합의금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과 진료비는 어디에서 많이 청구가 이뤄졌을까. 한의원의 진료비 78.6%는 시술 및 처치료 부분이 차지했다. 한방병원도 절반이 넘는 58.3%가 시술 및 처치료다.

지난해 자보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 상병 1순위는 ‘목 부위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으로 의과와 한의과가 동일했다. 하지만 해당 상병 진료비와 환자 수는 의과와 한의과 각각 1,901억원, 6,400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자보 청구기관은 지난해 12월 기준 2만841개소로 전체 개설 의료기관의 29.26% 차지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인 한의원과 의원이 전체 자보 청구기관의 85.56%로 집계됐으며, 그 중 한의원이 1만1,918곳, 의원이 5,914곳이다.


◆ 자동차보험 과잉 진료의 문제점은?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가 늘어나는 현상이 허위 청구 진료비 확대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연구에서 2019년 허위 청구 진료비는 1698억 원으로 추정됐고 허위 청구 비율은 2016년 3.7%에서 2019년 16.0%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청구 비율과 대인배상 진료 인원에서 도출된 허위 청구 의심 인원도 2016년 5만6000명에서 2019년 26만3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대비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일수는 척추 염좌의 경우 의과가 6.1일에 그쳤지만 한방은 10.1일, 사지의 단순 타박상의 경우 의과가 4.1일이었지만 한방은 7.2일을 기록해 진료일수가 훨씬 길었다.

문제는 이런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까지 끌어올리는 데 있다. 이들의 과잉진료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2.5~4.6%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대당 보험료를 최대 3만1200원까지 높이게 된다.


이에 전 선임연구위원은 치료비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한방 비급여 등 진료비 관련 제도, 진료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치료비 부풀리기의 비중은 경상환자 진료비의 23.7~53.5%, 과잉진료 규모의 최대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입원, 한방 병・의원 이용 여부 및 진료일수가 과잉진료 발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상환자는 상해 여부와 심도의 객관적 입증 없이도 입원 및 한방진료 여부, 의료기관 유형, 진료일수 등을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종별 가산제 등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차이를 줄여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유인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국가 가운데 경상환자 과잉진료가 적은 국가들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 상해 평가 관련 공인 기관을 운영하거나 자동차 충격 속도를 고려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찬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현행 자보 수가 기준엔 첩약, 약침술, 추나 요법, 한방물리요법 등과 관련한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과잉 혹은 중복 처방의 우려가 크다"며 "한방 경증환자에 대한 진단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치료기간별 지급 금액 규모나 한도를 별도로 설정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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