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26%가 연금 보험료로” 2055년 청년들에게 닥칠 일

- 2041년 적자 전환 후 2055년 고갈... 5년전 재정추계 때보다 2년 고갈시점 빨라져
- 초저출산과 고령화, 기대수명 증가로 내는 사람보다 받는사람 더 많아져... 2055년에는 월급 26% 연금보험료로 낸다
- 인구변수 제외하더라도 경제 규모나 소득 늘어나 GDP 성장하면 비율 줄일 수 있어

지난 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2055년이 되면 고갈 될 것이라는 내용의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급심한 저출산과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5년 전 추산한 것보다 2년이 더 빨라진 셈이다. 과거 정부가 연금 개혁을 외면해온 만큼 국민연금의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되어온 것이다. 당장 연금개혁이 없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담긴 숫자들의 의미를 짚어보자.



◆ ‘2055년’을 가리킨 국민연금 고갈시점


국민연금 ‘고갈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기 둔화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소진 시점이 빨라진 것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도 더욱 악화됐다. 이전 정부가 국민연금의 개혁 외침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그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졌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발표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서 5년만에 이루어진 이번 추계에서 국민연금의 예산 소진시점은 2055년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재 하에 전망된 것이다. 5년 전과 전망해서는 고갈 시점이 2년 빨라졌다.



이번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해 2055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4차 추계 당시 기금은 2042년 적자로 전환해 2057년 소진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 저출산과 고령화, 연금고갈시계를 빨리감다


국민연금 고갈시점이 더 빨라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인구이다. 합계출산율과 기대수명 등 인구 변수에 따라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규모를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초저출산에 따라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고령화와 의학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높아져 받는 사람은 늘어나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소진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그해 거둔 연금을 그해 지출하는 부과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부과방식 비용률을 적용하면 소진시점 기준인 2055년에는 소득의 26.1%이다. 현행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의 청년들은 소득의 26.1%를 국민연금으로 내야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부과방식 비용률의 수준이 국민적 눈높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국민적 반감도 큰 상황이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부과방식 비용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런 정도 된다는 것으로, 지금부터 재정안정화 조치를 한다면 그만큼 보험료를 부과할 필요는 없다"며 "그래서 연금개혁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속적인 개혁 요구에도 ‘나몰라라’한 정부

고갈시점보다 더 비관적인 건 국민연금 재정평가 결과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과정에선 다양한 재정목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추계한다. 필요보험료율은 소득대체율이나 가입·수급연령 등이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필요보험료율은 5년 전 추계보다 시나리오별로 1.66~1.84%p(포인트) 상승했다. 가령 2년 뒤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적립배율 1배를 확보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은 17.86%다. 적립배율 1배는 보험료 수입 없이도 70년 후인 추계기간 말에 1년치 국민연금 지출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8년 재정추계 당시에는 2년 후 보험료율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적립배율 1배의 필요보험료율이 16.02%였다. 현행 보험료율이 9%라는 걸 감안하면 5년 새 부담이 커진 것이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필요보험료율이 상승한 것은) 연금개혁이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화두인 '연금개혁'은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민간자문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연금개혁 초안을 제시한다. '지금처럼 받고 더 내는' 방식과 '더 받고 더 내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최종 확정은 여야 합의로 이뤄질 전망이다.

◆ 결국엔 돌고 돌아 인구변수... 경제 성장 희망도

국민연금의 예상 소진시점이 2년 빨라진 것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저출산·고령화 등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민연금 재정에 악재로 작용했다.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들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전망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소진시점을 늦출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나선다. 5년 전 2057년으로 제시된 국민연금 소진시점은 지난 27일 발표에서 2055년으로 나왔다. 국민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수지적자 시점도 2042년에서 2041년으로 앞당겨졌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의 변수는 크게 '인구'와 '경제'로 나뉜다. 인구변수는 합계출산율, 기대수명, 국제순이동 등을 고려한다. 기본 정보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을 활용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도 지금까지 5년마다 이뤄졌는데, 추계가 이뤄질 때마다 합계출산율 전망은 비관적으로 나왔다.

가령 이번 추계에 반영된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2030년 0.96명, 2040년 1.19명이다. 5년 전 추계에선 2030년 1.32명, 2040년 1.38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하락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고, 그만큼 보험료 수입도 감소한다. 반면 5년 전과 비교해 기대수명 전망치는 상승하며 국민연금 재정에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경제변수도 항목별로 유의미한 변화가 눈에 띈다. 향후 70년으로 설정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실질경제성장률의 평균 전망치(이하 평균치)는 0.7%다. 5년 전에는 1.1%였다. 국민연금 수입에 큰 영향을 주는 실질임금상승률 평균치도 같은 기간 1.9%에서 1.7%로 떨어졌다. 국민연금 지출에 영향을 주는 물가상승률은 평균치가 2.0%로 동일했다.

잿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의 체력을 의미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지출 비율 전망치는 5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80년을 기준으로 할 때 9.4%로 동일하다. 고령화의 여파로 급여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 경제규모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현재 서구 국가들의 평균적인 지출 수준은 GDP의 10%"라며 "2080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비율이 높은 상황인데도 현재 서구 국가들 수준보다 낮은 공적연금 지출이 예상된다는 점은 결코 국민연금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향후 급여지출이 많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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