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부분적 동원령을 내린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고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칭하며 동원령을 내리지 않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전황이 악화되자 급하게 내린 조처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텔레비전을 통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연방에서 부분적 동원력을 내리자는 국방부와 군의 제안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부분적 동원령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즉 현재 예비역인 시민만 징집 대상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고 이 중 특정 군사 특기가 있는 경우가 동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발표하는 ‘부분적 동원령’이 “우리가 직면한 위협, 즉 조국 주권 및 영토 보전을 보호하고 해방된 영토에서 우리 국민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충분히 적합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러시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내려진 부분적 동원령으로 30만 명의 병력이 추가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을 위해 소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학생이나 징병 된 병사들은 소집되지 않을 것이며, 수백만에 달하는 러시아 예비군 대부분도 징집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에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신들(서방)에게 우리나라(러시아)는 여러 파괴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다”며 “우리나라의 영토적 통합성이 위협받을 때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단순 엄포가 아니다”라며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공식적으로는 직업 군인만을 전선에 투입하며 대국민 동원령을 내리지 않았고, 전투도 대부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벌어진 탓에 러시아 국내는 전쟁 중인 국가의 상황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보였다. 푸틴 대통령도 전투를 위해 징병하고 우크라이나로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계속된 전투로 미국이 러시아군 사상자를 7~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등 러시아 군의 병력 손실이 심각해진 데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북부 하르키우주 탈환과 같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자 부분적 동원령을 통해 병원을 충원하려는 의중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부분적 동원령’ 발령은 러시아가 2월 말 침공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의 네 개 주에서 자국 편입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하루 뒤에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민투표 계획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돈바스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주민들이 내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