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 당시 생명을 구하고자 구호 조치를 실시했던 어느 전직 간호사의 후기가 전해졌다. 현직 간호사인 친언니와 함께 사람들을 구하려 안간힘을 썼던 간호사 출신 20대 김모씨는 31일 한 언론 매체과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절망했다.

김씨 자매는 사고 발생일 오후 10시10분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 거리’(이태원동 108-3)를 걷고 있었다. 이들 자매 역시 인파에 떠밀려가며 간신히 전진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에선가 “사고가 났으니 밀지 말아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김씨는 이 소리를 들었으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행인들의 고함으로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얼마 후 결국 비명과 함께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는 김씨의 10여걸음 앞에서 발생했고 이들 자매는 간신히 화를 면했다.

구조 대원이 쉽게 진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상황이었기에 부상자들은 시민들에 의해 인근 상점들로 옮겨졌다. 건물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김씨는 언니와 함께 “전직 간호사다”라며 인파를 헤집고 가게로 들어갔다.

자매가 들어간 가게에는 넘어지면서 실신한 30~40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부상자는 머리에 외상을 입어 피를 흘리기도 했다. 자매는 즉시 부상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주변에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과 경찰관을 비롯해 시민들이 CPR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환자의 상태를 구분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혹시 가위나 펜 있냐”고 물었고, 누군가 건낸 립스틱으로 환자의 상태를 표시했다. 환자는 많았고 도움의 손길은 부족했다. 김씨는 밖에 있는 인파를 향해 “혹시 간호사인 분이거나 심폐소생술 할 줄 아시는 분 있나요”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20분쯤 뒤 경찰이 가게 밖으로 공간을 확보했고, 김씨와 소방·경찰을 비롯한 사람들은 부상자들을 그곳으로 옮겨 계속 구호 조치를 실행했다. 김씨 자매는 의료진들과 함께 뛰어다니면서 3시간 가까이 40~50명의 부상자들을 대상으로 CPR을 시도하거나 맥박을 확인하는 등 구호 활동을 계속했다. 2명이 CPR을 통해 의식이 돌아왔고, 3~4명이 희미하게 맥박이 돌아왔다.

하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이미 맥박이 없거나 심정지 상태였다. 그녀는 “전직 의료인으로서 현장에서 환자를 살리려 최선을 다했었다”며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가망이 없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고 참담했던 심경을 전했다.

김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현장에 필요한 의료 장비와 구급 인력들이 이태원 인근의 교통 체증과 많은 인파로 인해 빨리 도착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다”고 안타까워했다.

*의사나라뉴스는 이태원 참사 사고 피해자분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