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 12일째 정유·석화업계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
- 재고 없어 임시 휴업 들어간 주유소도 점점 늘어
- 석화업계, 출하 차질에 공장 ‘가동 중단’ 코앞... “가동 중단시 일 평균 1,238억 원 피해”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 12일째에 접어들자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주유소들이 휘발유·경유 품절 사태로 결국 임시휴업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단지는 화학제품 특성상 제품을 장시간 보관할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생산량 감산에 이어 공장 가동까지 정지(셧다운)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5일) 오후 2시까지 전국의 재고 소진된 주유소는 총 96곳으로 8곳이 늘었다. 품절 사태를 빚는 주유소는 지단달 29일 21곳에서 이달 들어 1일 49곳, 4일 88곳으로 5일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고 소진 주유소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보면 품절 사태를 빚는 주유소들은 상대적으로 수요와 유통량이 많은 서울(35곳)과 경기(20곳)에 몰려있다. 전체의 60% 수준이다. 수도권 일부 주유소에서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자 불가피하게 휴업을 택한 곳도 속출하면서 서민들의 불편도 가동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주유소 내 저장 공간이 최대 2주치여서 이 상태대로 주말이 되면 재고가 바닥이 날 것”이라며 “주유소마다 여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번 주 중반을 넘어가면 품절 사태를 빚는 주유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가 더 늘어나게 되면 즉각적인 대응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정유업계 비상상황반을 운영하며 군용과 농·수협 탱크로리 등 대체수송수단을 긴급 투입해 긴급 처방에 나섰지만 평시 수준의 공급량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여수를 비롯해 울산과 대산 석유화학단지는 당장 공장 가동을 정지해야 하는 ‘셧다운’ 우려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석유화학 제품은 적기 출하가 이뤄지는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려울뿐더러 저장에도 한계가 있어 애초 생산을 멈춰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실제로 석유화학단지의 일 평균 출하량은 지난 3일을 기준해 평시(7만4000t) 대비 5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출하 차질에 따른 물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누적 피해액은 1조173억원에 달한다. 만약 공장 가동까지 중단하게 되면 피해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석유화학은 장치산업 특성상 가동률이 70% 이하가 되면 안전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 공장 가동을 정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 업체마다 평균 80% 수준으로 공장을 돌리고 상황이었던 만큼 가동률을 추가적으로 낮출 여력이 많지 않아 결국 ‘가동 중단’까지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장을 한 번 멈추면 다시 제대로 가동하는 데까진 최소 2주가 소요되며, 천문학적인 매출 차질과 재가동 비용 발생으로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산업에 더욱 큰 부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면 하루 평균 최소 1238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정부가 오는 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시멘트에 이어 정유 업종 등에도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화물연대 파업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정유와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에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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