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그 원인은? 정부의 해결방안 살펴보기

- 국내에서 운행 중인 디젤 화물차 가운데 60%에 SCR,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장착돼 있어 요소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 중국이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자국 내 요소 생산 위축과 공급 차질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나라 직격탄 맞아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0리터에 1만 원을 안팎을 오가던 가격이 10만 원까지 10배나 치솟은 품목이 있다. 주식도 아닌, 코인도 아닌 바로 화물차 및 경유(디젤) 엔진 자동차에 필수로 들어가는 요소수이다.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뜻밖의 복병인 요소수 품귀 현상에 경유를 연료로 쓰는 소방차·택배 트럭·농기계 등 관련 산업 전반이 모두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디젤 화물차 가운데 60%에 SCR,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장착돼 있어 요소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 요소수란 무엇일까?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요소수는 총 2억 476만 9,725리터나 된다 한다. 경유차를 몰아본 적이 있거나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요소수가 어떤 물질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겠지만 대부분은 무엇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희귀 화학물질이다.

ㅣ요소수란?ㅣ
경유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요소수. 주원료인 요소는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만들어지는데, 화물차·버스 등에 의무 장착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품 중 하나이다.

ㅣ요소수는 디젤 차량에 의무?ㅣ
경유차에 요소수가 들어가는 이유는 유럽연합(EU)이 정한 '유로X'라는 유해가스 배출기준 때문이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기준이 엄격해지는데, 2011년 유로5 환경규제가 시행됐고 2015년엔 더 깐깐해진 유로6가 등장했다. 현재는 실주행 조건에 초점을 맞춘 유로6 D 규정까지 시행 중인 상황이다.

ㅣ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운행이 불가능?ㅣ
국내 법규상 해당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요소수를 제때 보충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주행 중 요소수가 떨어진다고 해서 곧바로 시동이 꺼지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그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나면 다시 시동을 걸 수 없게 된다.

ㅣ요소수 대신 물·다른 물질로 운행?ㅣ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요소수 대신 물을 넣거나 요소수에 물을 섞어 희석해 넣어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도 요소수 대신 물을 넣어도 단거리 주행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할 경우 배출가스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차량의 출력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자칫 차량을 수리하느라 더 큰 비용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삼가야 한다 조언하고 있다.


◆ 유로5와 유로6의 차이는?
유로5는 배출가스의 입자상 물질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종류와 배출량에 초점을 맞춘 배출기준이다.

그러나 연료소비와 배출가스가 많은 대형 트럭은 선택적환원촉매(SCR) 장치를 적용하고 있고, 승용차 등에는 질소산화물(NOx)에 초점을 맞춘 유로6부터 쓰기 시작했다. SCR은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시켜 준다.


◆ 현재의 SCR 장치 기준
SCR 장치는 이론상 질소산화물을 99% 이상 제거할 수 있지만 그만큼 요소수 소모량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도로를 돌아다녀야 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무한정 요소수 탱크를 늘릴 수는 없어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는 80% 이상의 질소산화물을 저감할 수 있게 설계되고 있다.


◆ 유독 디젤 차가 많은 우리나라
국내에서는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물류망에 비상이 걸렸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주요국에서는 이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이 '디젤차 천국'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의 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차량 종류>
▶ 국내 차량 총 수 : 2천 600만대
▶ 디젤차 수 : 1천만대
▶ 유로6 적용 디젤 차 : 400만대
▶ 화물차 : 200만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디젤차를 '클린디젤'이라고 부르며 보급 확산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에 디젤차는 빠르게 안착하게 되었다.

◆ 요소수 가격 폭등의 원인은? 중국의 수출 금지에 10배나 폭등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2억 리터 이상 소비된 요소수 가격이 갑자기 띈 건, 국내 요소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사실상 수출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자국 내 요소 생산 위축과 공급 차질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기타 용도의 요소(자동차용) 중 88.5% 이상이 중국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비중은 올 1~9월에는 더 높아져 97.7%까지 치솟았을 만큼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 바닥이 보이는 국내 요소수 재고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의 수출 제한이 계속되면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요소의 재고가 한 달 안에 바닥 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재고로 버티고 있는지만 이달 말에서 12월 초쯤 되면 요소수 생산이 어려워 시중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을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개인끼리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일부 온라인 카페에서는 일반 소비자 가격이 기존 10리터당 1만 2,000원이던 가격이 10만 원까지 폭등해 거래되는 일도 목격되고 있다.


“요소수 대란에 미리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사재기 움직임이 있다. 다음 달이 되면 요소수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


◆ 외국의 경우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한국보다 디젤차 보급률이 더 높은 유럽에서는 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유럽은 자체적으로 요소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경우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 채산성이 낮아 국내생산을 안 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 생산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자동차학과 교수)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정부의 대책 살펴보기
- 한시적 구매제한 조치
정부는 공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요소수에 대해 구매량 제한·실적신고 등을 의무화한 첫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며 수급 안정 총력전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차량용 요소수의 사재기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판매업자가 납품할 수 있는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했다.


<요소수 구매 제한 조치>
▶승용차 : 하루 최대 10L
▶화물·승합차·건설기계·농기계 등 : 최대 30L


- 폭리·사재기·매점매석 차단
구매자가 구매한 차량용 요소수를 제3자에게 재판매할 수 없게 함으로써 폭리와 매점매석을 차단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들은 불안정한 수급 상황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사회적 문제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 요소수 신고 의무화
정부는 요소·요소수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도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신고를 의무화했다.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요소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업자는 매일 수입·사용·판매·재고량 등을 다음날 낮 12시까지 신고해야 하고, 요소수를 생산·수입·판매하는 기업도 당일 생산·수입·출고·재고·판매량을 다음날 낮 12시까지 신고해야 한다.

또한 향후 두 달간의 예상 수입량도 신고 의무에 포함함으로써 수급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기 위한 정보도 확보할 방침이다.


<요소·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
-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
- 차량 1대당 요소수 하루 최대 10L까지 구매 가능
- 화물·승합차, 건설기계, 농기계 등은 최대 30L까지 구매 가능
단, 판매처에서 차량에 필요한 만큼 직접 주입하는 경우는 제외
- 요소를 수입해 판매하는 기업은 당일 수입·사용·판매량 및 재고량을 다음날 정오까지 매일 신고
- 요소수를 생산·수입·판매하는 기업은 당일 생산량·수입량·출고량·재고량·판매량을 다음날 정오까지 매일 신고
- 선의가 담긴 요소수 나눔·기부는 허용
- 요소수 직구도 가능. 다만 차량 품질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넣어야 정상 가동되기에 주의 필요
- 향후 2달간 예상 수입량도 신고의무에 포함
※사업장 현황 미신고 등 긴급조치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및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물가안정법 제 25조, 징역형과 벌금형 병과 가능)

◆ 10개국에서 67일분 요소수 확보

정부는 최근 수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10개국에서 차량용 요소 1만 t을 포함해 최대 3만 t의 요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차량용 요소 1만 t을 요소수로 환산한 것까지 포함하면 차량용 요소수 총 4000만 리터 정도가 확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일 사용량 60만 리터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약 67일분이다.


"지금 계약을 논의하거나 협상 중인 것 중에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는 건을 모두 포함한 숫자이다. 숫자 자체는 앞으로 계속 유동적일 것이다"(정부)


◆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국내외 요소와 요소수 확보로 당장 급한 불을 끈 정부는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찾고 있는 방식은 국내에서 채산성에 맞지 않은 요소수의 공급 방식 개선부터, 요소 대체재 개발 등 다양하다.

현재 개발에 근접한 요소수 대체기술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비요소수계 선택적 탈질촉매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운전자가 직접 주기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요소수에 비해 연료인 탄화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기 때문에 요소수를 쓰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시스템과 비교해 구성과 관리가 단순하고, 별도 보충이 필요 없다.


"정부가 요소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과나 연구 결과를 모아 검증 후 발표하거나 후속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 정부 대책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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