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할인 막는 수탁검사 시행령에 의료계 “현실 무시” 당혹

- 복지부 고시 제정안, 할인율 따라 벌점 부여... 12주까지 검사 금지
- ‘저수가’ 때문에 생긴 관행, 의료계 “근본 문제를 해결해라” 반발
- 위탁의료기관, 수탁검사기관 검사료의 10% 받는 것에 그쳐... 부담 비용 반영해야

정부가 수탁검사 시행령을 내놓고 수탁검사기관이 위탁의료기관에 제시하는 할인율에 따라서 벌점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의료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검체검사로 받은 위탁검사관리료 외에 할인율에 따라 수탁검사기관의 검사료를 추가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8일 개정한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여기에 검체검사 수탁인증 관련 세부평가기준을 두고 평가 항목에 따라 평가점수를 책정했다. 기준 제정안은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다.

세부평가 기준에는 수탁기관이 위탁의료기관에 제시하는 할인율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수탁기관 할인율에 따라 최고 5점까지 평가 점수를 부여했다. 사실상 벌점인 셈이다. 할인율이 15%미만이더라도 위반 점수 1점을 받게 된다.

세부평가 총점에 따라서 검체질 가산 제외부터 수탁인증취소 처분까지도 받을 수 있다. 누적 점수 8점이 넘으면 수탁 인증이 4주간 취소되고, 이 기간동안 수탁검사를 금지한다. 심의를 3회 이상 위반할 경우에는 최대 12주까지 검사를 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위탁의료기관은 수탁검사기관과 계약하면서 할인을 받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검체검사로 위탁의료기관이 받는 위탁검사관리료에 더해서 수탁검사기관에 지급되는 검사료 일부도 나눠가졌다. 할인율로 수탁검사기관이 위탁의료기관에 건네는 몫을 정했다. 고시가 시행되면 할인을 통한 검사료 분할은 어려워진다.

이 같은 관행이 생겨난 배경에는 ‘저수가’가 있다. 위탁의료기관이 받는 위탁관리료는 수탁검사기관의 검사료의 10%수준에 불과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검체 채취와 보관은 물론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위탁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수가”라고 지적했다. 검체 검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무조건적인 규제만을 가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비현실적인 수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탁검사기관 사이 경쟁으로 ‘시장가’가 형성된 상황 속에서 정부가 위탁의료기관과 수탁검사기관이 맺은 사적인 계약까지 무리하게 개입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내과의사회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계속 논의 중”이라며 “결정된 사안이 있으면 추후 공지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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