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 내부 반대여론 상당수... 재진·의원급 한정해도 원천 반대 입장도
- 병원·산업계는 더 확대해 병원급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
- 명확한 지침, 확실한 인센티브·수가 보상, 법적 책임 면책 범위 등 핵심 논쟁 될 듯
정부가 올 상반기 내에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해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계에서는 반대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간호법 등으로 인해 의료계와 대화가 끊어진 상태에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원급과 재진환자 등으로 국한된 합의 내용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선 재진환자 세분화, 구체적인 지침 마련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6월을 목표로 하여 올 상반기 내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되어 있지만 조만간 감염병 위기경보가 현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될 것으로 전망돼 하향 시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져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2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의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내용을 담고 있는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달 의료현안협의체 2차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가 합의한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큰 틀 속에서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것이 내용으로 이외의 의료취약지 환자 등에 비대면진료 우선 허용 대상으로 포함됐다.
앞서 현재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등이 각각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가 모두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것을 찬성하고 있고, 의협과 어느정도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기 때문에 법안 개정에 속도가 붙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 비대면 진료, 지금 당장 필요할까? 의료계 내부서도 의견 분분
하지만 비대면 진료 관련 의정 합의 내용이 의료계에도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간호법, 의사 면허취소법 등으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의료계 내부의 입장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지는 아직 미정이다.
의료계 내에서는 여전히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순천의향대 박윤형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의료이용 횟수가 16회 이상으로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당일 바로 진료의 비륭ㄹ이 74.9%로 읍·면 지역도 당일 바로 진료가 79%에 육박한다”며 “지금처럼 보완적 성격으로 한정된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려 한다면 따로 의료법 개정까지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합의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은 “발의안과 합의 내용을 보면 재진환자라고만 명시했는데, 재진 환자도 질환과 증상에 따라 다 같은 재진 환자로 취급하면 안 된다”라며 “특정 질환은 재진환자라도 적절한 대면 진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확한 상태를 체크하지 못할 수 있어 디테일한 내용에서는 여전히 쟁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 병원·산업계 “일부 확대 아닌 전면 확대로 시행해야”
병원·산업계의 입장은 또 다르다. 재진·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된 이번 비대면 진료의 확대안이 결국에느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이 빠진 채 일차의료기관만 가능한 비대면 진료의 한계가 명확하다느 입장이다.
한국원격의료학회 백남종 학술위원장은 “의원급에 국한된 비대면 진료는 결국에는 반쪽자리 진료로 한계가 명확하다”며 “초진 이후 약을 타거나 간단한 모니터링을 하면 되는 질환임에도 대학병원 진료를 보려고 몇 달씩 대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과밀화 현상을 비대면 진료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 돌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병원급이 포함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은 개원가와 대학병원이 상생하는 모델을 찾으면 해결이 가능하다”며 “개원가와 대학병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원급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병원급에서 환자케어를 하는 등의 공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의원급 의료기관과의 비대면 진료 협력 모델 구축을 위한 시도에 착수했고, 이와 관련해 한국병원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이다.
병협 관계자는 “의료기간 간의 과당 경쟁은 방지해야 하지만 의료기관 종별 역할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참여와 의원급의 비대면 진료 협력 모델 방안 등이 연구용역 내용에 담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계의 반발도 크다. 닥터나우 임경호 부대표는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나 의료취약지로 제한해버렸다”면서 “병원에 갈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도시의 직장인 등 여러 부류에서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공급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야간과 응급의료의 일부 수요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1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대면 진료를 이런 식으로 연계하면 의료의 질 자체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 명확한 ‘지침’과 확실한 ‘인센티브’가 관건
지난해 4월, 의협은 대의원총회를 통해 비대면 진료 허용을 사실상 찬성했다. 다만 당시에도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법률적 지침 마련이 관건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총회 당시 대위원회를 통과했던 비대면 진료의 안건 내용 역시 ▼ 일차의료기관 중심 ▼의협 주체의 비대면 진료 추진 ▼비대면 진료 대비 1.5배 이상의 수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비대면 진료의 법률적 책임 소재와 시설 기준의 법제화 등도 주요 쟁점 사항으로 꼽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의사단체가 주도된 시범사업을 통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진료비용과 위험성을 고려한 충분한 수가와 의사의 재량권, 면책 범위의 확대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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