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CCTV 유출 사건에 개원가 심란... “유사범죄 원천차단해야 ”

- 진료실 영상 해킹해 수익창출 범죄 등 유사범죄 이어질 우려 높아
- 산부인과 등 개원가 “대형병원도 뚫리는데 사설보안업체는 장담하기 더 어려워”
- 의료계, CCTV 의무화 재검토 요구 “개인정보보호책 미흡... 예산 올리고 교육 늘려야”

강남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진료실의 영상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계가 유사범죄 발생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관련 영상이 범죄수익으로 이어질수도 있어 개원가 전체가 범죄의 표적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영상이 불법사이트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주 강남의 소재의 한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카메라 영상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 등에서 해당 영상에 환자의 민감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과 함께 관련 영상 캡쳐 등 자료사진도 공개되면서 일부 제3자의 누리꾼들이 출처사이트를 찾아내는 등의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으며, 관련 영상들이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까지 유포되며 이를 통한 범죄수익 창출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 강력한 처벌과 신속한 수사로 본보기 보여야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유사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진료실 영상이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이를 노려 해킹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최초 해킹 및 유포한 이번 사건의 범죄자를 신속하게 검거하고 이를 공유하거나 시청한 사람들까지 성범죄자로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 14조에 따라 성범죄 혐의가 포함되어 있는 내용의 영상을 유포하거나 시청·소지·구입한 사람들도 처벌 대상이다. 관련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고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사건에서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인 성형외과가 필요 이상으로 공격 받는 상황을 경계했다. 피해 성형외과 역시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수사결과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피해자에게 애초에 도둑이 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고 추궁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라며 "해당 영상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를 신속히 폐쇄하고 유포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불안한 개원가 “폐쇄회로도 해답 안 돼”

이번 사건으로 진료실의 영상촬영에 대해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개원가들이 환자안전, 보안 등의 여러 문제로 진료실에 영상을 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영상 촬영률이 높은 성형외과 개원가나 진료과정에서 민감한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산부인과 개원가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개원의는 “그동한 성형외과나 여성의원은 CCTV가 없으면 믿을 수 없는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때문에 이를 설치한 병·의원이 적지 않다”며 “이제 와서 환자들이 불안해한다고 다시 카메라를 없애기는 애매한 상황이지만 범죄의 표적이 될 경우 100%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난감해했다.

이어 “전담 보안팀을 보유한 대형은행도 해킹당하는 상황 속에 사설보안업체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고, (인터넷으로 연결되지 않은) 폐쇄회로 제품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하드 자체가 도난당하면 더 답이 없다”며 “지금으로선 관련 책임을 의료기관의 장이 져야하기 때문에 개원가 스스로 보안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9월 도입되는 CCTV 의무화, “재검토 해야”

지난 2021년 8월 국회에서 통과되어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되는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안 발의 때부터 개인민감정보 중 특히 수치스러울 수 있는 정보가 축적되는 의료기관의 상황을 영상으로까지 남기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대리 수술 등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의료법 위반 범죄들을 이유로 수술술 CCTV 의무화를 강행하면서 관련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아주 미흡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이번 사건은 정부와 국회가 개인정보보호 이슈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전 법제이사는 "범죄자를 잡자는 해당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될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그저 의료기관이 알아서 잘하라는 식인데 실제로 수천억 원이 들어가야 할 일에 몇 십억 원의 예산만 배정하는 게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와 유사한 범죄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책은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만 강화해 알아서 관리하라는 식"이라며 "이는 형벌 합리화라는 기본적인 법 정신을 무시하는 저열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교육하는 식으로 계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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