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제 복용 후 운전해 교통사고 낸 간호사, 벌금 800만 원 선고
-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 동시 통과시 간호사는 면허취소법 해당 안 돼
- 간호사는 벌금형으로 끝, 의사였다면 의사면허취소까지 가능
수면제를 먹은 채 잠옷차림으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30대 간호사가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등으로 의료계가 시끄러운 현 시점에서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좋은 예시로 적용할만한 사건이기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12일 광주지법 형사 11단독(부장판사 정의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받고 재판에 기소된 간호사 A씨(31)에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4일 오전 3시 45분경 광주 북구의 한 공동주택 앞 1차선 편도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맞은편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간호사로 재직 중이던 그는 당시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이 함유된 수면제 1정(10mg)을 복용한 뒤 눈이 풀린 채 잠옷 차림으로 운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교통사고 이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비틀거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고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했냐”고 묻자 횡설수설하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통사고를 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운전을 하려다 경찰관에 제지를 당했으며 “우선 인도에 앉으라”는 경찰의 지시에 차도로 걸어가려고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증거자료로 제출 됐음에도 A씨는 “약을 복용한 것이 맞지만 소량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과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영상 자료 등을 고려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의 직업 특성상 해당 약물의 특성과 지속시간, 부작용 등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이도 이를 무시하고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운행하다 사고를 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해자가 전치 2주로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내렸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A씨가 복용한 졸피뎀은 불면증 환자들이 자주 찾는 약품으로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수면을 유도하는 약품이다. 효과가 15분 이내에 나타날 정도로 아주 강한 수면제로 평가받는다. 다만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고 의존성도 강해서 과도한 복용 시 일정 기간동안 기억상실, 몽유병, 환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의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두 법안은 간호사의 업무 영역 등 간호사만의 법안과 벌금형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법안이 동시에 통과될 경우 간호사는 간호법에 의해 의료인면허취소법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호법 제6조에서 간호사의 결격 사유에 대해 의료법이 아닌 간호법을 따른다고 명시했고, 간호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만 면허 결격 사유가 된다.
즉,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법안 적용 이후 벌어졌다면 간호사의 경우에는 벌금을 내더라도 의료법이 아닌 간호법에 적용을 받아 면허 자격에는 변함이 없지만 가해자가 의사라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이번 개정안에 의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일각에서 간호법 제6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 이대로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간호사들은 의료법을 위반해도 자격정지나 면허취소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뜻”이라며 “간호법 제6조에 ‘이 법’이 아닌 ‘의료법’이라고 명시했어야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거르지 않고 그냥 통과시킨 입법 실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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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