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무정지 소송 중 과징금으로 변경하자 취하 후 다시 소송, 적법”

- 1심 결과 나온 뒤 업무정지 → 과징금으로 징계 낮춰
- 의사, 업무정지 취소 소송 취하 후 과징금 취소 소송으로 다시 제기... 2심 재소금지원칙 각하
- 대법원 “위반행위는 동일하지만 처분 근거 법령과 요건·효과 달라”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처분이 변경됐다면, 같은 문제로 내려진 처분이더라도 다시 새롭게 소송을 내는 것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사 A씨 등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에서 소송을 각하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병원에 약사가 미리 조제한 약을 비치하고, 간호사가 약을 추가로 조제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등 약사법 위반와 그럼에도 약제비 등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는 등의 의료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며 2018년 6월 복지부로부터 40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 등은 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2020년 1월 2심이 진행되던 중 보건복지부가 갑작스럽게 A씨 등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4억 9657만 원 부과로 수위를 낮췄다. 그러자 A씨 등은 2심 진행중이던 업무정지 관련 행정 소송을 취하하고 새롭게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이에 진행된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은 복지부의 처분 사유가 공정하고, 재량권 행사에도 하자가 없었다는 이유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A씨 등이 낸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미 1심 판결을 받은 뒤 소송을 취하하면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재소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판 자체가 적법하지 않는 부적법한 소송이라는 판단이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재소 금지에 관한 법리와 인정 사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과 이전 사건의 소송물은 다르지만 당사자가 동일하고, 이전 사건에서의 소송물이 선결적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전 소송과 동일한 소송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2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해당 소송이 재소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업무정지 처분과 과징금 부과 처분의 기초가 되는 위반행위는 동일하지만 처분 근거 법령과 요건·효과는 동일하지 않다”며 “이 사건과 이전 소송의 소송물이 같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결적 법률관계나 전제에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정지 처분이 적법하더라도 과징금 부과 처분은 위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업무정지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적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A씨 등에게 업무정지 처분과는 별도로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절차를 통해 다툴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대법원은 “이 사건 소 제기가 소송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소 제기를 필요로 하는 정당한 사정이 있으므로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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