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무장병원이더라도 의료행위 자체는 법률상 보호해야”

- 사무장병원서 진료 업무 방해한 환자에 무죄 원심 파기환송
- 대법, 업무를 위한 계약·행정이 적법해야만 보호가치 생기는 것 아니라고 판단
- “절차·실체상 문제인 사무장병원의 진료라도 의료행위 자체를 반사회성으로 볼 수 없어”

대법원이 무자격자인 사무장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이더라도 해당 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폭행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업무방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재심리하도록 환송했다. 기소된 A씨는 당시 진료 시간 중 큰 소리를 지르거나 다음 진료 예약 환자가 있던 의료인 B씨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식으로 총 11차례에 걸쳐 업무를 방해하다 기소됐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받고 있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일하는 병원이 명의만 본인일 뿐 사실상 무자격자인 C씨가 운영하고 있는 사무장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01년 대법원이 “의료인,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판결에 따라 업무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병원은 B씨의 명의로 의료인 자격이 없는 C씨가 개설하여 운영하던 병원으로 그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B씨의 진료행위도 병원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기 때문에 따로 보호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인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업무의 기초가 되는 계약 및 행정 행위가 반드시 적법한 절차에서만 보호가치가 형성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에서의 진료행위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아닌지 여부는 그 사무가 평온하게 이뤄져 사회적 활동 기반이 되고 있느냐의 기준으로 결정된다”며 “업무 개시나 수행 과정에서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더라도 반사회성을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면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옳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그 진료행위 자체까지 무조건 반사회성을 띤다고 볼 수 없다”며 “의료기관 개설·운영 형태는 물론 의료기관에서 하는 진료 내용과 방싱, 방해받은 업무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업무방해죄 대상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전부 파기한 뒤,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포함해 사건을 다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내 심리·판단하도록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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