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혼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선입견이 큰 탓에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
- 전문과목의 명칭변경이 다른 전문과목과의 관계나 진료 영역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미칠 영향 등 고려해야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꿔 의료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던 의원도 적극 화답함에 따라 법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진료과 명칭 개정은 정치인이 아닌 의료계 내부에서 합의를 거쳐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과목의 명칭 변경이 타 전문과목과의 관계나 진료 영역에 미칠 영향도 고려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불렀던 일제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여성 건강과 질환을 부인병으로 부르는 시대착오적 인식이 여성 청소년과 미혼여성의 병을 키우고 있다"며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혼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선입견이 큰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2년 마취과는 마취통증의학과로, 2007년은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2011년에는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이 변경된 바 있다.
이 후보는 "세부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함께 준비하겠다"며 "명칭 변경부터 시작해 혼인과 출산 여부,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안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에는 현재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했다.
이날 최 의원도 이 후보의 공약을 즉각 환영했다.
그는 "여성이 여성병원에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이 후보의 산부인과 명칭변경 공약에 적극 동의하고 의료법 개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 의협 - 당사자인 의료계 의견 수렴이 우선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공약이 학회와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계 내부의 합의가 먼저라는 의견을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진료과의 명칭을 바꾸는 부분은 해당 진료과에서 필요성을 먼저 꺼낸다. 기존의 학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학회 측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인이 명칭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의 명칭 변경은 당시 학회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어 추진됐다. 산부인과 또한 여러 산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현장에서 생길 여러 혼란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소아외과 등을 모두 진료하지 않는다. 여성건강의학과로 만약 바꾼다고 해도 요실금은 비뇨기과에서 진료한다"며 "그러나 환자들은 여성건강의학과에서 모두 진료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의협은 찬성과 반대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보다 산하단체의 의견을 신중하게 수렴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과목의 특성이 고려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명칭변경을 통해 산부인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심리적 문턱을 낮춰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과목의 명칭변경이 다른 전문과목과의 관계나 진료 영역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의료계 내의 숙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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