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본토 타격 적극' 고려했었다” 기밀 문서 공개

-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 안 한다... 우리는 우리땅에서 싸울 것”과 대조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국경도시를 타격하는 것과 러시아산 원유 수출용 파이프라인 폭파 등 러시아 본토에 직접 타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던 사실을 담은 미국 기밀 문건의 내용이 공개됐다. 당초 서방국가로부터 받은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한 우크라이나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시 명분이 강화된 러시아가 핵무기 등 모든 자산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재반격에 나설 것을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1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를 통해 미 국방부 기밀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1급 기밀’문서로 분류된 해당 문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월 회의에서 “불특정 다수의 러시아 국경 도시를 점령하자”고 언급한 사실이 적혀있다. 향후 러시아와의 종전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해당 문서에서 그는 러시아 남서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를 꼭 찝어 공습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문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헝가리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러시아와 동유럽 등을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 파괴를 지시하며 “러시아 석유를 기반에 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산업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이지만 친 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오르반 총리는 유럽 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경제 제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개전 이후 ‘세계 2위 핵 보유국’인 러시아와의 확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통제하려고 애써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로켓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를 비롯한 장거리 미사일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다만 하이마스(HIMARS) 등을 개조해 방공망으로만 활용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WP는 기밀문서에 담긴 젤렌스키의 모습이 "'러시아의 맹공격을 견뎌내는 차분하고 금욕적인 정치인'이라는 공개적인 이미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내 강경파를 달래려 일부러 강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해 시리아 내 러시아군을 비밀리에 공격하려는 군사 작전에 중단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작전을 실제 시행했다면 시리아로 전선이 넓혀졌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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