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왜 억울할까? 유사성과 표절, 그 애매한 경계선

- 제3자가 아이유 표절 의혹 제기, 고발장 접수
- 작곡가들 “다른곡 참고 안 했다” 해명... 어떤게 표절일까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아이유(본명 이지은)이 또 다시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여전히 근거는 빈약하고 억지스러운 주장이었지만 그럼에도 최초 보도가 있은 이후 수일 동안 ‘표절’이라는 단어를 달고 지내야 했다.



음악의 유사성, 그리고 표절에 관한 논란과 의혹은 수많은 음악인들을 괴롭혀왔다. 최근에는 ‘토이’ 유희열이 논란에 휩싸였고, 최초로 이를 제기한 유튜버의 영상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언급된 원작차 측에서 ‘듣기엔 유사해보여도 음악적인 분석으로는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 표절이라는 범주에 부합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음에도 그는 자신의 프로이자 오랫동안 진행해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물론 이는 비단 국내 가요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최근 표절 소송을 당하기도 했던 팝스타 애드 시런은 “정말 모욕적”이라며 표절이라고 판명날 경우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최종적으론 재판 끝에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나며 오명을 벗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해 “난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고 비통해 했다.

이번 국내 최고의 솔로 여가수 중 한 명인 아이유를 향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표절이라고 고발한 사람은 원곡으로 거론된 작가나 관계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고, 그 대상자는 그 곡을 쓴 작곡가나 작사가가 아닌 노래를 부른 아이유이다. 저작궈법상 예외 조항을 통하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상황 자체가 다소 억지러워 악의적인 흠집내기가 아니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A씨는 지난 8일 아이유의 대표곡인 ‘좋은날’을 비롯해 ‘부’, ‘가여워’, ‘분홍신’, ‘삐삐’, ‘Celebrity’ 등 6곡이 국내외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했다며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중 아이유가 작곡에 참여한 것은 ‘Celebrity’ 한 곡이다.

통상 저작권 침해는 피해를 입은 원저작권자가 고소를 해야만 사건이 진행되는 친고죄이지만 이번 고발인은 원곡으로 언급된 곡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반 시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리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지적재산권 등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표,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을 침해한 자는 그러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다.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10일 “아이유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기반으로 한 표절 의혹 게시글과 근거 없는 루머를 담은 유인물이 일부 지역에 배포된 사실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 수집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수사기관의 진행 상황을 기다리던 중 해당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다.

이후 곡자들이 나섰다. '좋은 날'과 '분홍신'을 작곡한 이민수 작곡가는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고, '삐삐'를 작곡한 이종훈 작곡가는 "다른 어떤 작업물도 표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드 진행, 곡의 구조, 편곡적 악기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차별성과 개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이민수 씨는 “아이유 씨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특히나 아이유씨의 마음에도 이번 일이 상처를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고, 이종훈 씨도 “저작권은 작곡가의 영역이지 가수의 영역이 아니다. 고소 또는 고발을 하더라도 작곡자인 저에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희열의 표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유튜버 조차도 “느낌이 비슷한 수준이고,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표절이 맞다고 하더라도 아이유는 피해자인데 왜 작곡가가 아닌 피해자에게 고발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법이 친고죄여서 아이유가 상습적으로 영리를 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면 아이유가 표절을 해서 6곡에 대한 영리를 상습적으로 취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며 “아이유는 발매곡이 150곡이 넘는 가수고, 6곡으로 범위를 한정해도 6곡 각기의 다른 작곡가를 지휘해 표절을 공모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작년 유희열에 이어 올해 아이유까지 크게 이슈화 됐으나, 표절 의혹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SNS 검색창 등에 ‘표절 유사성’이라고 검색하면 많은 영상과 글들이 다양한 가수의 노래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 두 곡의 비슷한 부분을 잘라내 번갈아 재생하면서 표절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일부 유사성 있는 곡들에 대한 표절 의혹도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 평론가는 이에 대해 “곡을 표절 당했는지의 여부는 피해를 입은 원저작러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제 3자가 곡 전체도 아닌 일부 특정 비슷한 부분만 잘라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듣기에 비슷하다고 비교하면 그걸 보는 사람들은 표절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법원의 판결 없이도 그것이 여론으로 형성된다. 그럼 그 피해를 누가 보상해줘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곡의 8마디가 동일하면 표절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2000년대 들어서며 사라졌는데, 이 8마디만 피해서 곡을 만들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표절을 양산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엔 법원에서 실질적 유사성을 따지는데 원곡의 창의성까지 고려한다. 유사성한 구간이 관용적 멜로디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상호간의 합의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법원의 판결까지 간 사례가 많진 않지만 대표적인 케이스들이 있다. 그 중 2006년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는 더더의 'It's You(잇츠 유)'를 표절했다고, 2010년 씨엔블루의 '외톨이야'가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배경에 유사하다고 한 구간의 멜로디 창의성 여부가 있었다.

한 유명 작곡가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개의 곡이 쏟아져 나온다. 제한적인 코드 안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멜로디 라인은 유사한 부분이 없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곡을 놓고 작정하고 부분부분 쪼개서 비슷한 부분이 있는 곡들을 찾으면 수백곡, 수천곡도 찾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레퍼런스도 사진, 영화 등 여러 예술 분야에 존재한다. 음악도 마찬가지이기에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단정지어버리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물론 곡을 만들다가 우연히 유사한 멜로디가 생긴 것인지, 대놓고 가져다 썼는지는 사실 들어보면 어느 정도 티가 난다. 어떤 곡에서 한 부분만을 가져다 놓고 정성스럽게라도 바꾸면 티가 나기 어렵겠지만”이라면서 “유사성과 표절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물론 이 부분은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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