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정지 중 자녀에 마약류 처방 의사에 추가 업무정지, 근거 없어”

- 대구지법, 산부인과 의사에 내려진 업무정지 처분 취소 판결
- 마약류관리법에 해당사례 처분할 근거 없어
- “제재가 필요하지만 법적 근거 없어 처분 못 내려”

법원이 마약류 관리 위반으로 업무 정지된 산부인과 의사가 처분 기간 중 마약류를 다뤘다가 추가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처분을 근거가 없어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방법원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대구시 달서구보건소가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내린 1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산부인과 원장 A씨는 지난 2022년 3월 7일 향정신성의약품 사용기한을 어겨 자진 신고했다. 보건소는 자체조사를 거친 뒤 A씨의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마약류 취급 1개월 업무 정지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처분 종료를 4일 앞두고 자신의 자녀에게 마약류 약품을 처방한 사실이 드러나며 추가로 마약류 취급 12개월 처분 정지를 내렸다.

보건소는 A씨에게 내린 처분에 관련해 “업무 정지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시했다”며 근거로 마약류관리법 시행 규칙 제43조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제44조 2항’에 근거해 마약류취급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건소는 A씨가 이 규정에 적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처분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법률상 행정 처분의 근거가 없고,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행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업무정지 처분은 A씨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므로 법률상 명시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며 “보건소는 마약류 관리법 제44조 제2항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제2항은 ‘제1항이 정한 행정처분 기준은 총리령에 위임한다’는 위임 규정으로 법률상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처분 사유인 ‘업무 정지 처분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시한 경우’는 제44조에 명시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법원은 “다른 행정법규는 ‘업무정지 기간 중에 업무를 한 경우’를 업무정지 처분 위반에 관련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일반규정으로 ‘이 법이 나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를 처분 사유로 두고 이를 근거로 제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마약류관리법은 이 같은 일반 규정조차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정치 처분의 실효성을 위해 행정 제재가 필요하긴 하지만 현행 마약류관리법의 입법이 미비해 그에 관한 규정도 미흡하다”며 “제재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상 근거도 없이 제재 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서 법원은 보건소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계 없이 법률 유보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보건소가 내린 행정 처분을 취소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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