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프로포폴 11배 과다 투여로 사망시킨 의사, 벌금형”

- 서울중앙지법, ‘수술 전 마취 환자 사망’ 업무상 과실치사 의사에 벌금형
- 마취 제대로 안 되자 프로포폴 반복 투여해... 적정량의 11배 투여
- “책임 엄중한건 사실이나 유족과 합의하고 의료행위 위험성도 감안해 판결”

전신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적정 용량보다 11배를 과다 투여했다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성형외과 의사가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징역형 등 실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유족과의 합의와 의료행위 위험성 등이 참작된 결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수술을 앞두고 마취를 진행하던 중 환자가 사망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전문의 A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환자 B씨는 지난 2021년 3월 성형외과 전문의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을 방문해 얼굴 지방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수면마취를 받던 중 전신마취제 프로바이브주 1%(프로포폴) 과다 투여에 의해 사망했다.

당시 B씨에게 투여된 프로포폴의 양은 90ml로 적정 투여량보다 3.75배~ 11.225배나 많은 양이 투여됐다. 수면마취에 계속해서 실패하면서 A씨는 B씨에게 프로포폴을 4차례나 투여했음에도 이후 B씨의 활력 징후, 호흡음, 의식 등 제대로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약물투여에 사용한 펌프 장치도 설정 값보다 9.4~13.3%가 더 투여되는 등 고장이 난 상태였다.

약 40분간 이어진 마취는 B씨 호흡의 산소포화도가 50% 이하로 저하됐다는 알림이 뜨고 나서야 의료진에 의해 중단됐고, 15분 후 B씨가 심정지 상태에 빠지자 A씨는 30여분간 응급조치를 취한 끝에 119에 신고했으나 사망한 후 C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A씨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한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절한 용량을 투여하고 수술 중 피해자의 증상이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해 이상 소견이나 증상이 발견되면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프로포폴 투여 여부를 결정할 때 필요한 기도평가 등 사전 검사 절차를 하지 않았고 적정 용량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인 체중도 측정하지 않았다”며 “고장 난 펌프는 ‘에러가 많음’이라는 메모지가 붙어 있었는데도 사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하고, 의료과실로 환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B씨의 유가족과 합의했고, 전문 의료영역에서 발생한 사건임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3억,6000만원대 합의금을 지급해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전문적인 의료 영역에서 발생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를 선처해 벌금형으로 판결을 마무리했다. A씨와 검찰측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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